매일신문

박정희, 드디어 입을 열다

소설
소설 '나, 박정희'는 공(功) 아니면 과(過)라는 극단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박정희가 벌여온 행동과 삶의 방향이 성장 과정에 따른 트라우마와 콤플렉스에 기인한다고 보고, 보다 심층적으로 박정희의 내면세계를 탐사하는 소설로서 그 의미가 깊다. 1962년 울릉도를 방문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맨 오른쪽). 울릉군청 제공

나, 박정희/신용구 지음/블루닷 펴냄

4'11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마무리 되면서, 향후 정국은 올 12월 대선을 향해 숨가쁘게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우리 현대사의 한 인물에 대한 평가와 논란이 또 다시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바로 박정희가 그 주인공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운명한 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전히 그는 우리의 삶과 정치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정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독재자'라고 폄하한다. 반면 그의 추종자들은 '민족의 영웅'으로 칭송한다.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박정희를 바라본다면 그의 위치는 어디쯤 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전 세계 독재자들의 말로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서부터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의 죽음과 그 뒤에 남겨진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도 알만큼 알고 있다.

박정희가 독재자였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를 앞에 언급한 독재자들과 같은 반열에 세운다는 것은 좀 억울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그의 독재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별 볼일 없던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강대국들의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국민들을 잘 살게 한 독재자, 김일성'김정일은 인민을 굶어죽게 한 독재자'라는 평양 거리의 낙서가 좀 더 객관적인 평가로 이해되는 것도 이런 탓이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박정희에게 '독재자'라는 딱지를 붙여 비판'비난하고자 한다면, 싱가포르의 리콴유나 대만의 장제스와 같은 반열의 독재자로 올리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개발독재의 비판도 덩샤오핑으로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개발정책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급속한 경제개발에 따른 부작용과 인권문제는 과거 박정희 시대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

박정희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이처럼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뭇사람들의 온갖 말과 평가에 대해 박정희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얼마나 많을까. 이 책 '나, 박정희'는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쓴 두 번째 소설이다.

경제개발과 자주국방을 국정 운영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았던 박정희가 어떤 생각과 의지로 이 두 화두를 서거 직전까지 꿋꿋이 관철해 나갔는지, 개발독재의 정신적 배경과 그 심층을 이루는 심리구조는 어떠했는지, 이 책은 역사적 사실에 저자의 상상을 곁들여 납득할만한 상황과 내면 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일찍이 저자는 '박정희 정신분석, 신화는 없다'(뜨인돌, 2000년)란 책을 통해 대담하면서도 소심했고, 공격적인 동시에 한없이 유약했던 박정희 신화의 실체를, 그리고 모순되는 양 극단의 성격이 어떻게 그의 삶에 투영되었는가를 과감하게 파헤친 바 있다.

박정희는 집권 말기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었다. 하나는 정적들과의 큰 갈등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주국방 문제로 미국과 치른 숨 막히는 은밀한 전쟁이었다. 무엇이 박정희를 그토록 줄기차게 몰아갔을까? '국가와 혁명과 나'라는 책에서 그가 스스로 말한 '가난', '자립심', '자주 독립국가', '서민' '부패 특권사회'라는 키워드는 죽음조차 꺾지 못한 그의 신앙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304쪽, 1만3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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