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숨겨진 부/데이비드 핼펀 지음/제현주 옮김/북돋움 펴냄
이스털린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다. "잘 사는 나라의 행복도가 높긴 하지만, 국가 경제의 성장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Ipsos)의 설문조사 결과, "현재 생활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81%가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세계 2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그 다음은 인도, 스웨덴, 독일, 캐나다, 호주, 영국 순이었다. 이 결과 역시 국민의 행복이 국가의 경제력에 달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GDP가 성장한다고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도 않고 오히려 진부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우리는 경제 성장률에 집착하고, 대구의 1인당 GRDP가 전국 꼴찌니 하면서, 지역경제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다. 행복한 삶의 추구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중요치 않은 문제를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이 우리가 불행한 이유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국민의 행복은 GDP로 드러나지 않는 '국가의 숨겨진 부', 즉 사회적 자본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경제 성장률이라는 지표 하나에 휘둘리는 정책 논의에서 벗어나 국민의 진정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눈을 돌리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 것은 영국 노동당과 보수당 정부를 두루 거친 국가 정책기획 브레인이라는 저자의 경력 영향이 크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정권 하의 '영국 총리 산하 전략실'에서 국내 정책 담당 수석 분석가로 일했다. 현재는 런던의 독립적 민간 연구기관인 'Institute for Government'의 선임위원이자, 영국 내각 사무처에서 정책결정을 지원하는 '행동 분석팀'을 이끌며 '큰 사회(Big Society)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큰 사회 프로젝트는 보수당 정부의 새로운 정책적 청사진을 대표하는 프로젝트로, 중앙정부에서 지역사회로 권력을 대대적으로 이양하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는다. 정부에서 일하기 전에는 케임브리지대학의 사회 정치과학부 정교수로 재직했다.
이 책이 주장하는 정책 방향의 핵심은 사회 불평등을 완화하고 시민 간의 연대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우파의 자유방임식 접근이나 전통적 좌파의 베버식 합리적 복지국가 모델은 모두 현실적 정치적 한계를 갖는다고 비판하며, 제3의 대안으로 연대적 복지(affiliative welfare)를 제안한다. 화폐경제 못지않게 중요한 배려의 경제(economy of regard)를 확대하는 것이 곧 상호성에 입각한 복지국가의 새로운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돋보인다. 10년 전 대구경북에서 출발한 '분권운동'이 비단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시대를 사는 '인류의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440쪽, 1만8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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