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 포상금을 내걸고 오는 10월까지 대대적인 퇴치 활동을 벌이기로 한 것. 대구시는 생태계 교란 동물로 지정되어 있는 뉴트리아'붉은귀거북'블루길'큰입배스'황소개구리를 잡아오는 시민들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한다. 포상금은 뉴트리아의 경우 마리당 2만5천원, 붉은귀거북은 마리당 5천원, 블루길'큰입배스'황소개구리는 ㎏당 5천원이다.
또 가시박 등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는 작업에 참여할 경우 교통비와 식사비 명목으로 2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대구시가 포상금제까지 도입하면서 외래종 퇴치에 나선 것은 외래 동식물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외래 동식물의 현황과 실태 등을 살펴봤다.
◆실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생명력도 강한 것이 특징이다. 빠른 성장과 번식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서식지를 점령, 토착생물을 몰아내거나 기존 토착 생물을 잡아먹는 포식자로 군림하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한다.
가시박은 왕성한 번식력으로 나무와 풀 등을 덮어 햇빛이 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토착 식물을 고사시키는 대표적인 외래종이다. 특히 가시박은 기댈 곳만 있으면 타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어 칡처럼 칭칭 감고 올라가 키 큰 나무까지 말려 죽인다. 씨앗의 생존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건이 형성될 때까지 최장 60년 정도를 기다렸다 발아하기도 한다. 가히 '괴물 식물'이라 할 만하다. 이에 따라 가시박이 발견되면 주변 생태계가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완전 제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뿌리째 뽑아도 돌아서면 무성하게 올라올 정도로 번식과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09년부터 가시박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달성습지에서 매년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퇴치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제거하고 돌아서면 올라와 있을 정도다. 제거 작업을 해도 효과는 잠시뿐이다. 가시박으로 생태계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동호동의 서리지는 한때 붕어 낚시터로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에는 주로 블루길과 큰입배스만 잡힌다. 환경의 날(6월 5일)을 전후해 블루길'큰입배스 퇴치 낚시대회가 열릴 만큼 대구에서 외래종 침입으로 생태계가 교란된 대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한 번의 방류로 블루길과 큰입배스 천국이 된 곳도 있다. 강원도 철원의 민간인출입통제지역에 있는 토교저수지의 경우 식량 자원 증식을 위해 블루길과 큰입배스를 방류한 것이 화근이 됐다. 블루길과 큰입배스가 치어를 마구 잡아먹는 바람에 토종어류가 자취를 감춘 것. 올 2월 토교저수지에서 열린 '생활체육 얼음낚시대회'에 1천200여 명의 낚시꾼이 참가했지만 붕어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회 시상식에서는 1등상인 '붕어대상'을 가장 큰 큰입배스를 잡은 참가자에게 수여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졌다.
낙동강 하류는 왕성한 식성과 번식력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뉴트리아로 골치를 앓고 있다. 뉴트리아가 낙동강 하구 습지보호지역에서 철새 알을 먹거나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부산시는 마리당 3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뉴트리아 퇴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도 뉴트리아가 낙동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올 가능성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유입 경로
외래종이라고 모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토종생물과 공존하거나 척박한 환경을 일구는 친환경 외래종도 있다. 수많은 외래종 가운데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로 분류된 것은 16종이다. 동물의 경우 뉴트리아'황소개구리'붉은귀거북'블루길(파랑볼우럭)'큰입배스 등 5종이다. 식물로는 돼지풀'단풍잎돼지풀'서양등골나무'도깨비가지'털물참새피'물참새피'가시박'서양금혼초'미국쑥부쟁이'양미역취'애기수영 등 11종이 포함된다.
외래종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애완용'식용'동물원 관람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들여오는 경우가 있는 반면 화물 등에 묻어서 국내에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블루길은 1969년 식량자원 확보 차원에서 미국에서 들여왔으나 1998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다. 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도 1973년 식량 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목 아래 국내로 유입됐다. 붉은귀거북은 1970년대 후반 애완용 또는 방생용으로 국내에 들어왔으며, 뉴트리아는 1985년 모피와 고기를 얻기 위해 남미에서 들여왔다.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가시박은 1980년대 오이 등을 재배하기 위한 대목용 등으로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피해 유발하나
잡식성인 뉴트리아는 식물뿐 아니라 야채'과일'벼'보리 등을 먹어 치워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준다. 제방이나 둑에 굴을 뚫어 붕괴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붉은귀거북은 붕어'미꾸라지'피라미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다. 성질이 난폭해 사람의 손을 물어 감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육식성 어종인 블루길과 큰입배스는 동물성 플랑크톤뿐 아니라 곤충'갑각류'치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고유어종의 수를 감소시키고 생물 다양성을 위협한다. 특히 하천이나 호수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새우를 잡아먹어 수질도 악화시킨다.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꽃가루를 통해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한다. 반음지 상태에서 잘 자라는 서양등골나무는 잎과 줄기에 독성을 갖고 있어 서양등골나무를 먹은 소의 유제품을 가공하지 않고 먹을 경우 구토나 변비가 발생할 수 있다. 도깨비가지도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와 함께 독성 성분을 띠고 있어 사람이나 가축에게 위험한 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털물참새피와 물참새피는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벼를 비롯해 식물의 생육을 방해한다. 서양금혼초'미국쑥부쟁이'양미역취'애기수영은 번식력이 좋아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먼저 자라고 있던 식물들을 서식지에서 밀어낸다.
◆꽃매미'대만꽃사슴'까치도 생태계 교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환경에 해를 끼치는 외래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꽃매미다. 중국에서 유입된 꽃매미는 포도농사를 망치는 주범이다. 그을음병을 유발하거나 줄기의 즙액을 빨아 포도나무를 말려 죽인다. 꽃매미에 의한 피해는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피해면적이 2006년 1㏊에서 2007년 91㏊, 2008년에는 2천765㏊로 급증했다.
대만꽃사슴도 생태계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속리산에는 대만꽃사슴 50여 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하고 있다. 자연보호 행사의 하나로 방사되거나 주변 사슴농장에서 도망쳐 나온 대만꽃사슴이 번식을 통해 50여 마리까지 개체 수를 늘린 것이다.
대만꽃사슴이 자주 발견되는 속리산 사내리 일원은 고유종인 고라니와 노루보다 대만꽃사슴의 우점도(군락 내에서 종의 우세성을 나타내는 단위)가 더 높아 대만꽃사슴의 개체 수가 계속 늘어날 경우 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속리산관리사무소는 2010년부터 대만꽃사슴을 포획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까치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제주도에는 까치가 없었지만 1980년대 후반 이벤트 목적으로 까치 46마리를 방사하면서 까치가 제주도에 둥지를 틀게 됐다. 당시 제주도에서도 길조인 까치 울음을 들을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흉조로 전락했다. 까치는 감귤 농사를 망치거나 다른 조류의 알을 먹어치우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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