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가 '스토리텔링 선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문화콘텐츠가 관광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좋은 이야기 소재를 두고 지자체간 원조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 시'군도 관광 차별화를 위해 이야기 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역사적인 인물과 명소, 유래, 특산물 등을 스토리텔링화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문화콘텐츠를 선점하라
봉화군은 춘향전의 고장인 전북 남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소설 속 이몽룡이 봉화의 계서 성이성이라는 연구를 바탕으로 관광자원화에 나선 것이다. 설성경 연세대 교수가 지난 1999년 '이몽룡이 봉화 출생인 성이성'이라고 주장한 논문이 발단이 됐다.
봉화군은 물야면 가평리에 있는 성이성의 고택인 계서당 입구에 '춘향전의 실존 인물 이몽룡 생가'라는 안내판을 세웠다. 봉화군은 남원의 춘향제와 춘향테마파크에 버금가는 이몽룡 관련 행사와 이몽룡 테마파크를 추진하고 있으며, 성이성의 생가와 묘, 사당 등을 손질해 관광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군위군은 삼국유사와 일연을 선점했다. 일연은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 화산에 있는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한 뒤 입적했다.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출원해 2010년 등록을 완료했다. 군위군은 농업'원예, 임업 생산물, 전자 출판물 등 상품 분야와 광고, 방송, 여행, 디자인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표 보호를 받고 있다. 군위군은 또 2014년까지 인각사 일원에'삼국유사 문화랜드'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랜드에는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각종 신화'향가'설화 등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창극화해 공연하는 마당놀이 상설 공연장이 들어선다. 군위군은 삼국유사라는 브랜드 선점을 통해 상징성뿐만 아니라 삼국유사에 담겨진 많은 이야기 자원들을 관광자원화할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일연이 35년 동안 머물며 삼국유사 집필의 토대를 마련한 비슬산을 끼고 있는 대구시와 달성군, 일연의 고향으로 2006년 탄생 800주년 기념음악회까지 한 경산시는 브랜드화에 한발 늦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토리텔링의 보고 경북
경북은 스토리텔링 자원을 많이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숨진 남편을 그리는 애절한 편지의 주인공인 '원이엄마', '퇴계 이황과 단양 관기인 두향의 사랑이야기', '하회탈 설화', 아동문학가 권정생, 음식디미방의 저자인 '장계향', 상주의 '호랑이와 곶감' 등 풍부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시'군별로 전설, 신화, 민담 등 발굴된 1천810개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경북 호국안보 투어, 낙동강 물길 여행, 경북 종가 여행 등 다양한 테마 관광코스가 선을 보인다.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지역관광팀장은 "쓸모없던 것들을 쓸모 있게 쓰는 발상의 전환과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브랜드를 지역의 산업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얼빈 빙등축제는 쓸모없던 송화강의 얼음과 지역의 대표산업인 LED를 접목한 사례다"며 "얼음조각에 LED조명을 비춰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LED생산 산업도 동반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지나친 선점경쟁 부작용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지나친 선점경쟁으로 예산낭비와 자원의 고유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두고 청도군과 포항시는 10년여간 마찰을 빚어왔다. 청도군과 포항시는 예산을 들여 각각 신도리와 문성리에 새마을운동 기념관을 건립했다. 청도군은 2009년'새마을운동 발상지 청도'라는 문구와 새마을 이미지가 새겨진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했다. 2009년부터는 부산시 기장군이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문화재청이 2010년 갓바위 정식명칭을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으로 지정하자, 대구시가 반발하면서 경산시와 갈등도 생겼다.
영덕과 울진의 대게 원조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제는 포항까지 원조 논쟁에 가세하면서 대게축제가 세 곳에서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도 이희도 관광마케팅사업단장은 "원조논쟁과 선점경쟁을 통해 스토리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지속성을 가진다"며 "중복투자로 인한 낭비와 지자체간 갈등을 줄이고 투자 유치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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