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의 '중도 강화', 정치적 修辭가 아니길

4·11 총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 내에서 이념 노선을 중도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로 너무 좌회전한 결과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잡지 못해 지려야 질 수 없다던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19일 민주당 당선자대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좀 더 폭넓게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들,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상호 당선자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와 진보를 포괄해야 한다. 중도적 색깔이 미흡했다면 보완해서 당의 색깔을 최대한 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고 우윤근 의원도 "좌우 극단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으며 국민들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로 잃을 표보다 얻는 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총선 결과는 이런 계산이 자기도취였음을 잘 보여줬다. 보수층의 결집도를 높인데다 무엇보다 중도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중도층에게 민주당은 너무 불안한 세력으로 비친 것이다. 한'미 FTA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 문제에서 무작정 통합진보당을 따라갔고 전면 무상복지 공약도 수긍할 수 있는 재원 대책을 내놓지 못해 재정 파탄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대구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이 낙선한 것도 그의 자질이나 비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이런 모습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 의원이 출마한 지역의 유권자 중 상당수가 새누리당 독식의 대구 정치 지형 변화를 위해 김 의원에게 표를 주고 싶었지만 민주당의 '좌클릭'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이념 과잉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민주당 출마자 중에서도 김 의원과 같은 케이스가 더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할 때 민주당의 '중도 강화'는 해법을 제대로 짚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그 시험대는 오는 5월 개원하는 19대 국회가 될 것이다. 여기서 민주당은 정말로 중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념을 떠나 국민을 잘살게 할 수 있는 정치 세력으로 일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야권연대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일이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로 민주당은 손해 보는 장사를 했으니 거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하는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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