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훈련 땐 호랑이, 평소엔 나긋한 '총각 사범님'

서부 자바주 채무기 코치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에서 유도를 지도하는 채무기 코치가 훈련장인 반둥시유도회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교성기자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에서 유도를 지도하는 채무기 코치가 훈련장인 반둥시유도회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교성기자

"그는 우리에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올해 전국체전서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믿습니다."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반둥시에서 주 대표 유도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채무기(42) 코치는 현지 유도 관계자들과 서부 자바주체육회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경산 하양 출신으로 경북체육중과 경북체고에서 유도선수 생활을 한 그는 지난해 경상북도체육회가 해외 파견 체육 지도자를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주저 없이 원서를 냈다. 국내에서 유도 도장을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데다 미혼이었기에 그는 새로운 삶에 선뜻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부임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곳을 자신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올 9월 9~20일 예정된 인도네시아 전국체전(4년 주기)에서 금메달 5개를 따 줄 것을 주문받았습니다. 2008년 체전(금 4개) 때보다 1개가 늘었는데, 내심 6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지난 2월 열린 인도네시아 전국유도대회에서 금 6개, 은 3개, 동메달 2개를 딴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채 코치는 지난해 5월 현지 부임 후 한 수 앞선 기술과 성실함을 앞세운 지도력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이곳 매트를 평정했다.

"서부 자바주 대표선수의 기량은 우리나라 고교 선수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 전체로 볼 때 각 주 대표선수들의 기량이 비슷해 체력과 정신력 강화에 훈련의 초점을 뒀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대부분이 이슬람교인 종교와 문화적 차이로 체력 강화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설득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운동장을 5바퀴 돌고는 쓰러졌는데, 이제는 30바퀴를 돌고도 거뜬할 정도로 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의 체력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린 후 지난해 9월 10여 명을 데리고 우리나라로 전지훈련을 왔다. 영천 금호공고 유도관에 합숙 캠프를 차리고 석 달에 걸쳐 전지훈련을 한 결과 선수들의 기량은 부쩍 늘었고, 성과도 나타났다.

지도력에 탄력을 받은 채 코치는 선수들의 담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다음달 베트남에서 열리는 하노이오픈 국제유도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보다 잘살지 못해 운동 환경이 열악하지만 이곳의 체육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며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한국 스타일의 지도력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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