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자리 멈춰 선 '포스트 세계육상 사업'

전자태그 'U-육상로드' 수요예측치 2%도 못미쳐

대구 수성못에 설치된
대구 수성못에 설치된 'U-육상로드 미디어보드'. 당초 예상과 잘리 시민들의 이용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22일 오후 대구 수성못 둑 입구. 먼지를 뒤집어쓴 'U-미디어보드'가 서 있다. 미디어보드는 전자 태그 단말기를 갖다 대면 개인 운동량과 칼로리 소모량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다.

그러나 운동 나온 시민들은 무심한 듯 지나쳤다. 기자가 한 시간가량 지켜봤지만 미디어보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운동 나온 시민 이모(54) 씨는 "수성못 둑에서 자주 운동을 하지만 이 장치가 뭘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후 대구를 육상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포스트 2011' 사업이 곳곳에서 암초에 부닥치고 있다.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운동 정보사업은 중단 위기에 몰렸고 '포스트 2011' 의 핵심사업인 육상진흥센터 준공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추진한 'U-육상로드' 사업이 부적정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U-육상로드'는 산책로와 조깅로 등에 전자태그 리더기를 설치해 개인의 운동량과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

시는 작년 6월 18억5천만원을 들여 신천 둔치(상동교~대봉교 간 2.4㎞)와 수성못 둑(2㎞)에 전자태그 리더기와 정보 단말기 등을 설치했다. 시민들에게는 전자 태그 단말기 4천470개(개당 7만원)를 무료로 나눠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U-육상로드' 사업의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시는 당초 수성못과 신천 둔치의 하루 평균 운동인원을 8천 명과 1만 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이 사업으로 체육공원 이용률이 30% 증가하고 연간 1억원의 수익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U-육상로드' 이용 인원은 지난해 10월 현재 하루 87명으로 이용률이 1.9%에 불과했다. 반면 시설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4천500만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향후 170억원이 더 소요되는 만큼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육상진흥센터 준공도 미뤄지고 있다. 수성구 삼덕동 대구스타디움 서편에 건설 중인 육상진흥센터는 2만7천40㎡ 부지에 지상 4층 규모로 관람석 5천 석, 200m 6레인 트랙, 높이'장대높이뛰기, 포환던지기 시설 등이 갖춰진 최신 실내육상경기장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선수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와 강의실 등으로 구성되는 육상아카데미, 스포츠 의'과학센터, 미디어룸 등도 들어선다.

그러나 시는 준공 시기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작년 말 준공예정이었지만 문화재 발굴 공사로 올 10월로 준공이 연기됐고 사업비 마련이 여의치 않아 다시 내년 5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시는 올해 국비 358억원을 신청했지만 180억원만 반영돼 200억원 더 필요하다.

대구시 관계자는"문화재 발굴로 인해 공사비가 늘어난 만큼 정부에 국비를 추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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