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중고차를 구입한 김모(35) 씨는 최근 차량 정비소에 들렀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1천500만원으로 구입한 2007년식 중고 승용차의 주행거리가 10만㎞나 조작됐다는 것.
김 씨의 차량 계기판은 7만㎞를 가리켰지만 정비소 직원이 전산으로 조회해 알려준 주행거리는 17만㎞였다. 김 씨는 차량을 구매한 중고차 상사에 항의했지만 상사 측으로부터 "우리도 몰랐고 사기당했다"는 답변만 들었다.
하지만 차량 정비소 관계자는 "중고차 상사가 계기판과 미터기를 교체하면서 주행거리를 실제와 다르게 줄여 입력한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백만원을 손해봤다. 중고차 상사를 형사고발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이 숙지지 않고 있다. 일부 중고차 업자들이 주행거리를 줄여 중고차 판매 가격을 높이는 수법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기 위해 미터기를 조작하고 있는 것.
대구시소비생활센터가 접수한 중고차 관련 상담 및 피해구제 요청은 2009년 33건, 2010년 51건, 지난해 5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고 이 중 주행거리 조작 관련 상담은 최근 3년간 20건 접수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행거리 조작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대구 지역에 영세 중고차 상사가 난립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의 중고차 상사는 2007년 280곳에서 올 4월 현재 440여 곳으로 57%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상사가 계속 늘고 있지만 매매 건수는 지난해부터 줄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영세업자들이 미터기 조작 등으로 부당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말했다.
중고차 주행거리 조작 수법은 미터기에 장착된 주행거리 기록칩을 새 칩으로 바꾸거나, 칩의 기록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주행거리를 칩에 입력하거나 전기충격으로 기록을 아예 없애기도 한다. 심할 경우 미터기를 통째로 바꿔 끼우기도 한다.
최근 외제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개인이나 소규모 무역업자들이 중고차를 직수입해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2천400만원을 주고 주행거리 1만8천㎞인 2006년식 외제 승용차를 구입한 박모(40'대구시 송현동) 씨는 "비싼 외제차는 주행거리 조작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정비소에서 주행거리가 8만㎞나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1천만원가량 손해를 봤고 노후 부품 교체에도 수백만원이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주행거리 조작을 파악하기 위해선 차량 연식이나 수리 흔적을 꼼꼼히 살피고, 전산에 기록된 주행거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를 받았다면 주행거리가 전산 기록에 남으므로 해당 자동차 회사의 공식서비스센터나 보험개발원의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사이트(www.carhistory.or.kr)를 조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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