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서 이길수 없으면 파생시장은 어림도 없다. 선거판이나 주식시장이나 물러나야 될 때 스스로의 의지로 나오긴 쉽지 않다. 이런 현상을 '중독'이라 본다면 시장에는 중독자들이 수두룩하다.
퀴즈 하나. 백화점과 카지노의 공통점은? 두 곳 모두 창(窓)이 없다. '시간'이라는 변수를 숨긴 것이다. 며칠 전 강원랜드 하루 휴장으로 그 안에 상주하는 고객들이 동해로 휴가를 간 기사를 보았다. 아마도 하루가 무척 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주식도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 시간을 잘 다스려야 이긴다. 마음이 조급하면 이기기는커녕 오히려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멍한 정신과 썩은 도낏자루로 만만하게 볼 시장은 어디에도 없다. 안 되는 일도 꾸준히 하면 가능한 게 세상사지만 '시간'에 진 투자자에게 시장은 냉정하다.
시간적인 관점으로만 보면 주식투자는 오히려 잃는 게 힘든 구조다. 괜찮은 주식을 싼 가격일 때 사놓고 기다리면 대부분 이긴다. 문제는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기로 접근하면 조급해서 손실이 날 수밖에 없고 빨리 복구하려는 마음에 레버리지를 키우고 '한방'을 노린다. 결과는 뻔하다. 조급하면 할수록 이익과는 멀어진다. 주식이 만기 없는 콜옵션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기다리지 못하는 참여자는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맞다.
'시간'을 사고파는 시장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파생된 선물'옵션 시장이다. 그런데 주식에서 실패하면 선물로 넘어오고 그러다 또 옵션으로 넘어온다. 단순한 기다림도 안 되는데 '시간'을 매매하겠다니 어불성설이다. 옵션가격은 시간 그 자체이다. 지나간 시간은 흘러간 강물이다. 한 달짜리 상품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5%씩 증발하다가 한 달 뒤엔 0으로 수렴한다. 그 5%를 먹으려고 거대 자본도 참여하고 반대쪽에선 '한방'을 노리고 달려든다.
매매 방법도 다르다. '시간'과 밀접한 상품일수록 리스크는 비례한다. 파생상품을 주식 매매하듯 오르면 매수, 내리면 매도식의 방향성으로 접근하면 3개월 안에 아웃이다. 파생시장에서만큼은 방향성은 엉터리다. 그만큼 레버리지가 크다는 말이다. 파생시장에서의 승자치고 방향성으로 접근하는 이는 없다. 주식시장의 등락과 그들의 손익과는 그다지 상관없다. 긴 시간 속에서 위아래를 막아놓고 저 위에 5% 중에 안전한 범위의 일정량만 뜯어먹는다. 위아래를 막는 비용을 아까워하면 화를 자초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몰라도 당하지만 어설프게 욕심만 앞서면 더 크게 당하는 법. 일본 고베 지진 때 베어링은행 사건이나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터진 키코사태가 이런 경우다.
긴 흐름으로 보면 큰 수익은 주식에서 난다. 파생상품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한다. 앞서면 안 된다. 어차피 사놓은 채권, 주식이다. 놀고 있는 이것을 활용하는데 은행금리만 먹어도 성공이다.
사정이 이런데 시간에서 무너지고 주식 하다 잃으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레버리지를 키운다. 주식에서 이길 수 없으면 파생시장은 어림도 없다. 꿈도 꾸면 안 된다. 횟집의 날카로운 칼이 위험하니 무디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경험이 많은 숙련된 주방장은 날카로운 칼이 오히려 더 편할 수도 있다. 남이 한다고 그냥 따라가면 다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우물 안 개구리일 수밖에 없지만 그 우물의 크기가 같지 않다.
이우현 동부증권 범어지점 DHP금융자산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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