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의 밤길을 걸어 다닐 일이 거의 없지만 어쩌다 늦게 도심을 지날 때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시비를 하는 사람 등등 술에 취해 볼썽사나운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술에 취해서 저지른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하는 한국사회의 관습 때문일 것이다. 남의 이목을 중요시하고 체면치레와 허례(虛禮)에 익숙한 것이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사람일수록 내면적인 갈등과 분노의 내재(內在)가 당연히 존재하게 되고 그것을 음주를 통해 분출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의 서양에서 술에 취해 저지른 잘못된 행동은 이해를 구하기도 어렵고 용서를 받기도 어렵다. 법에서도 술에 취해 저지른 범법행위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인도에서는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정신적인 수양이 비천(卑賤)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도 지혜의 부족으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기 어렵고, 설사 행복을 맛보더라도 그 행복을 오래 누리며 살아가지 못하는데 취한 정신으로 어떻게 올바른 삶을 살며 행복할 수 있겠는가. 정상적이고 보편타당한 일들이 사회의 흐름을 주도해야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편법과 불법,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들을 저지른 사람들이 신문과 방송에 버젓이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들이 흔하다는 것이 필자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그래서 힘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의 마음을 기댈 곳이 술밖에 더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술을 마셔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결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출가제자, 즉 스님들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계율로 정해져 있다. 또한 재가신도들에게도 술을 마시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품행이 올바르지 않게 되고 지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습이 건전하지 않고 지혜마저 없다면 미래의 시간들이 결코 행복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음주가 절대 악(惡)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긍정적인 역할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불건전한 음주문화가 보편화되고 그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잃어버린다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술의 힘이 아니고는 마음에 담아둔 말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없는 사회가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를 아이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 아니겠는가.
<인오선원 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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