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조건 대출? 받는 순간 덫!…500% '살인 금리'

협박·폭력 '무법 사채'

불법 사채업자들의 횡포가 극심하다. 사채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법정 이자율(39%)의 5~10배가량 폭리를 취하면서 갖은 협박과 폭력을 일삼고 심할 경우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법이 안통하는 사채업자들

건축업을 하는 A(52) 씨는 2009년 사업 확장을 위해 한 사채업자에게서 4천만원을 빌렸다. 선이자 600만원을 떼주고 2개월 후 원리금 4천80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한 달 이자만 700만원, 연이자로는 246%였다.

임대업도 했던 A씨는 임대료를 받으면 쉽게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부진으로 임대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아 A씨는 빚을 갚지 못했다. 이에 사채업자는 욕설 섞인 전화를 하루에 수십 차례 하고 죽여버리겠다며 등산용 칼로 협박했다. 갖은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A씨는 3년여 동안 이자 명목으로 1억2천만원을 뺏겼다.

A씨는 "사채가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사업에 악영향을 줄까 봐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회사원 B(25'여) 씨는 지난달 한 사채업체에서 150만원을 빌렸다. 선이자 15만원을 떼고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65일 동안 매일 3만원씩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이를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436.7%. 돈을 갚지 못한 B씨는 사채업자에게서 갖은 수모를 당했다. B씨는 "이자가 밀리자 직장에까지 찾아와 협박해 결국 다른 회사로 옮겨야 했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24일 연 240%대의 금리를 받고 돈을 빌려준 뒤 이자가 연체될 때마다 흉기로 협박한 혐의로 무등록 대부업자 K(45)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33명에게 5천900만원을 빌려주고 최고 540%의 연이자를 받은 무등록 대부업자 C(29) 씨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영장이 신청된 K씨는 L(53) 씨에게 4천만원을 빌려준 뒤 채무자가 이자를 늦게 지급할 때마다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하는 등 최근 3년간 L씨를 협박해 원금의 3배가 넘는 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채업자에게 협박이나 폭력을 당하면 112 또는 1332로 신고하면 곧바로 경찰이 출동한다"며 "불법 사채업자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날로 교묘해지는 사채

사채업자들이 돈을 챙기는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경찰의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고객 명의로 된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고 해당 고객이 통장에 돈을 입금하면 현금카드로 인출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사채 종류도 다양하다. 매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일수'를 비롯해 중고차 시세의 60%를 계산해 돈을 빌려주는 자동차대출, 유흥업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아가씨대출' 등이 있다. 시가 1천만원 상당의 차를 담보로 사채업자에 돈을 빌렸다는 C(34) 씨는 "돈이 급해 차를 담보로 600만원을 빌렸는데 비싼 이자를 갚지 못해 중고차를 대부업자에게 빼앗겼다"고 하소연했다.

보증금을 빌려주는 전세 대출(속칭 일수방)도 있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인 방을 사채업자가 자신의 명의로 얻은 뒤 고객에게는 1천만원에 대한 일수로 매일 12만원 씩 받고, 월세 50만원을 매월 초 선불로 받는 수법이다. 일수방은 대학가와 원룸촌에서 유행하고 있다. 돈을 빌린 뒤 한 달 뒤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 '달돈'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불법 사채를 일삼는 업자들은 끝까지 추적해 뿌리를 뽑겠다"며 "시민들도 불법 사채에 얽히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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