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환점 모색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전하는 신라 소지왕 12년(490년경) 경주에 쌀을 거래하던 경사시(京師市)를 개설하고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시전이 설립'운영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그로부터 1천500여 년간 시장은 농수산품을 판매하고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1996년 국내 유통시장 개방에 이은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 신업태의 급성장으로 전통시장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SSM, 식자재마트 등이 골목상권까지 장악해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등 중소유통업은 그야말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는 281개 전통시장, 약 3만 개 점포에서 4만8천여 명의 상인이 생업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자생 능력이 있는 양호한 시장(A'B등급)은 30여 개로 11%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침체된 시장을 어떻게 하면 양호한 등급의 수준으로 향상시켜 시장을 활성화시킬 것인가. 이것이 우리 지역 경제가 당면한 과제다.

첫째, 이달 22일부터 시행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의무휴업제 등 중소상인에 우호적인 제도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상설시장의 경우 일요일에 휴무하는 시장도 있고, 5일장의 경우 고객들이 주로 상품을 구매하는 휴일에는 시장이 문을 닫아 고객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고객의 생활 패턴을 반영하여 5일장을 주말시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달성 현풍시장은 지난해 말 5일장과 함께 주말장으로 전환해 고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년도에는 문화관광형시장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달성보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현풍시장으로 찾아오도록 '도깨비 테마 관광코스'도 추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렇게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장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유통산업의 신업태와 맞서 시장도 전통시장별 특성을 살리고 이를 특화해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문화'관광 및 특산품 등과 연계해 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개발하고 타 업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있는 시장, 국내외 관광객이 쉽게 찾고 방문할 수 있는 시장,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역사와 전통이 있는 시장으로의 특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는 달성군 현풍시장, 포항 죽도시장, 영덕 영해시장 등 3개 시장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해 2년간 국비 3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셋째,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 정책도 변화가 필요하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을 선별'지원하되, 시장 기능이 상실된 시장은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시설 현대화사업도 효과가 높은 상설시장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지원 방향도 시설 현대화 위주에서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경영혁신으로의 중심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인 교육, 공동 마케팅 등 경영혁신사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고 전국에서 유통되는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발행도 확대해 시장의 활력 회복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넷째, 상인들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 또한 요구된다. 현재 정부 지원정책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고 있고, 전통시장 상인의 노령화 등으로 고객의 수요에 대한 대응과 변화에 한계가 있다. 상인의 친절도 제고, 신뢰성 있는 상거래 질서 확보, 고객의 수요에 맞는 자발적인 자구 노력 없이는 전통시장 활성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 층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상인회장이 상인들의 자구 노력을 이끌면서 변화의 바람에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공동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1기관 1시장 자매결연 확대, 온누리상품권 판매촉진 운동, 택배 수수료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 내에서 문화공연단체의 상시적인 공연이 개최될 수 있도록 재능기부단체의 참여 확대, 학생들의 전통시장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지역공동체의 협력도 추진될 예정이다. 우리 지역사회의 기업, 공공기관, 학교 등 지역주민의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과 협력이 증가할수록 활기찬 시장이 늘어날 것이다. 전통시장에서 정(情)을 나누고, 그 정이 모여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활짝 웃을 때 우리 사회는 한결 더 따뜻한 사회가 되리라고 본다.

권대수/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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