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문화재단 대표 選任(선임)을 앞두고

다음 달 대구문화재단 대표에 누가 선임될지를 두고 대구 문화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달 1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순규 대표가 다시 자리를 맡을 것이란 얘기도 있고, 지역 문화계 인사를 비롯한 여러 명이 벌써 새 대표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기도 하다. 어제(24일) 대구문화재단 이사회가 처음 열림에 따라 문화재단 대표 선임 문제는 당분간 지역 문화계의 뜨거운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하는 역할에 비해 직급'예우는 낮은 편이라고 하지만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막강한' 자리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사활을 걸다시피하는 문화예술진흥기금 심사'배분에서부터 문화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과 정책을 내놓고 추진하는 등 대구시의 '문화 부(副)시장'이라고 불릴 만큼 그 영향력이 막중하다. 여기에다 서울시나 경기도에서 보듯 특별'광역단체의 문화재단 역할이 더욱 커지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대구문화재단과 대표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임명된 대구문화재단 이사회에서 문화재단 대표 후보자 3명을 김범일 대구시장에 추천하면, 김 시장이 이 가운데 한 명을 대표로 선임할 것이란 추측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시장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문화재단 대표로 선임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이사회 추천이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김 시장 출범 이후 대구시가 선임한 문화 관련 기관장들 상당수가 성공보다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이번 문화재단 대표 선임은 김 시장 스스로도 장고(長考)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다.

2기 대구문화재단 대표는 문화도시 대구를 위한 정책들을 제대로 정하고, 추진하는 게 가장 큰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산발적이면서, 종합적 마스터 플랜 없이 추진되던 문화도시 대구 만들기 정책을 하나로 그러모아 '그랜드 플랜'을 만들어내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도시'는 대구가 지향해야 할 도시 브랜드이자 먹고살 만한 산업의 하나임이 분명하기에 대구문화재단 대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문화재단이 직접 사업에 비중을 두기보다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문화계의 목소리도 있다.

얼마 전 매일신문 문화부가 기획한 '문화도시 대구 이것부터'에 참여한 지역 문화계 인사들은 대구시가 추진해온 여러 문화정책들에 대해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10점 만점에 대략 6, 7점 정도가 전문가들의 점수였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그동안 문화 관련 기관장들의 인사를 그르친 게 큰 원인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문화재단 대표 선임을 계기로 문화 관련 대구시 공무원들은 물론 김 시장의 지역 문화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먼저 대구시 공무원들은 결코 문화계에서 '문화 권력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산하 문화기관이나 문화단체 등에 대한 예산이나 인사, 지원 등을 무기로 군림하려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공무원들이 집행하는 예산은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닌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문화 권력'이 아닌 지원'서비스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김 시장이 염두에 둬야 할 원칙이기도 하다. 그동안 문화 관련 기관 장(長)에 외지 출신이나 지역을 한참 동안 떠났던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다.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들을 장으로 임명한 결과 여러 말이 나오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본 김 시장이 고민 끝에 도출한 방안이란 얘기도 나왔다. 일면 맞는 것도 같지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부글부글 끓어야 제대로 된 금속을 내놓는 제철소 용광로(鎔鑛爐)처럼 대구 문화계도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 '문화도시 대구'를 만들려면 김 시장은 대구 문화계가 용광로가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고 스스로도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

어느 사람의 잘못을 책망하자는 게 아니다. 더욱 부단한 노력을 해달라는 완곡한 주문이다. 김 시장을 비롯한 대구시 공무원들은 대구를 문화도시로 만드는 데 주춧돌이 되겠다는 신념을 갖고 부단한 노력을 해주기를 바란다. '문화도시 대구'가 반드시 성공해 이 시대 사람들은 물론 다음 세대들이 이 도시에서 '희망가'를 부르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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