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가짜 ICBM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병법은 속이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 시계(始計) 제1편에 나오는 말이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앞서 펼쳐진 '포티튜드 작전'(Operation Fortitude)이란 이름의 기만 전술은 이를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가장 완벽하게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핵심은 독일이 예상하지 못한 지점으로 병력을 상륙시키는 것이었다. 상륙을 저지할 강력한 독일 예비 기동부대를 다른 곳에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당시 상륙 최적지는 프랑스의 파드 칼레. 영국에서 최단거리에 있고 항만과 부두 시설이 있는데다 파리로 곧장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독일군도 이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연합군은 파드 칼레로 상륙할 것으로 독일을 믿게 한 다음 남쪽의 노르망디를 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연합군은 여러 갈래의 기만 작전을 폈지만 압권은 독일이 연합군의 주공(主攻)으로 오인한 미 육군 제1집단군이었다. 파드 칼레와 마주 보는 영국 동남부에 '주둔'(?)한 이 부대는 모든 것이 가짜였다. 병사는 서류상에만 존재했고 막사나 격납고는 합판이나 캔버스 천으로, 항공기'전차'트럭'상륙주정 등 전투 장비는 고무풍선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가짜 장비가 얼마나 훌륭했던지 영국 정찰기가 도버 항구에 있는 고무 전함을 촬영해 보니 연합군 스스로도 진짜로 오인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휘관만은 진짜였다. 그 지휘관은 독일이 연합군의 상륙 작전을 이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 맹장(猛將) 조지 패튼이었다. 독일이 이 부대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연막이었다. 이 부대는 상륙 작전 당일에도 주둔지를 떠나지 않았다. 히틀러는 여전히 연합군이 파드 칼레로 침공할 것으로 믿고 노르망디 해안이 연합군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는데도 파드 칼레 주변에 배치한 예비 기동부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북한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이 모두 가짜라고 한다. 국내 전문가 일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미국에 이어 독일 군사 전문가도 모형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광명성 3호 미사일 발사 실패로 구겨진 체면을 살리려 공개한 미사일도 가짜라고 하니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속이려면 포티튜드 작전의 고무풍선 전차처럼 제대로 속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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