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임제 대통령의 임기 말기마다 반복돼 온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에도 어김없이 막을 올렸다. 검찰의 칼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최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25일 오전 건설브로커로부터 1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최시중 전 위원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1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차관도 조만간 소환해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된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에 대해서는 '뇌물을 주었다'는 피의자의 진술만 확보한 상태여서 추가 증거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23일 언론과의 만남에서 대규모 복합유통센터의 인허가와 관련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고향 후배(브로커) 이동율(61)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뒤 "받은 돈은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하루 만에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은 대규모 복합유통센터 건립과정에서 최 전 위원장이 금융권의 대출 편의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아울러 검찰은 대규모 복합유통센터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원활한 일 처리를 위해 지인을 통해 박 전 차관에게 10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수사대상이 워낙 거물급이어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 최고 실세로 통하는 최 전 위원장이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자 '권력형 게이트'가 터졌다며 수사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은 청와대가 몸통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범죄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위원장 구속과 불법대선자금 특별수사팀 구성을 요구했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최 전 위원장과의 '거리두기'에 나섬에 따라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의 시발점이 될 것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 사건의 경우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선이 많다"며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각종 권력형 이권개입 사례들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경우 파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