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말하는 오미(五味)를 음양오행 사상과 계절의 기운을 연결하면 다음과 같다. 신맛-목(木)-간-봄, 쓴맛-화(火)-심장-여름, 매운맛-금(金)-폐-가을, 짠맛-수(水)-신장-겨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중 단맛은 토(土)의 기운을 가진 것으로 계절은 여름과 가을의 중간이며, 비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이것으로 봐서 단맛은 오행을 조절하는 중앙통제소이며, 생명체에서 가장 중심적인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유에서 맛보는 것이 바로 젖당(유당)이다. 이 단맛은 뇌의 호르몬을 작용시켜 엔도르핀을 유도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아이는 자라면서 단맛에 중독돼 자꾸만 찾게 되면서 당분이 많이 들어 있는 초콜릿이나 사탕,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좋아하게 된다. 단맛에 대한 중독은 나이가 들면서도 이어진다.
시중에 판매되는 단맛을 내는 간식거리들은 대체로 정제설탕을 넣어 만든 것이다. 정제설탕은 정제소금처럼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제거된 것이라 섭취 후 인체의 혈당 대사가 빨라지면서 체내 흡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가 된다. 정제설탕은 당분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잠깐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고, 더 먹게 되는 중독증상을 가져와 충치가 생기고 살이 찌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제설탕은 당뇨환자에게는 혈당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당뇨가 있다고 해도 췌장과 비장의 기운이 약해지지 않으려면 식혜나 조청, 올리고당 같은 단맛은 적당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또 학생들과 정신적인 노동량이 많은 사람들은 단맛이 꼭 필요하다. 이것은 뇌가 오로지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맛을 내는 재료가 천연에서 얻을 수 있고 미네랄과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요소들이 가득 들어있다면 좋겠지만 오늘날 음식 속에 단맛 재료는 대부분 설탕이다. 설탕은 백설탕, 흑설탕, 함밀당, 분밀당, 정백당, 중백당, 삼온당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사탕수수에서 최초로 결정화된 물질이 흑설탕이다. 이것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이물질을 뽑아내면 황설탕을 거쳐 흰설탕(자당)이 되고 자당으로 걸러지고 남은 성분을 당밀이라고 한다. 사탕수수를 정제과정 중 당밀이 남아 있는 당을 함밀당, 남아있지 않은 당을 분밀당이라 한다.
눈처럼 곱게 정제된 백설탕은 흑설탕에 비해 수분함량이 적어 공기 중에서 잘 굳지 않으며 맛이 깨끗해 요리에 많이 이용 된다. 아쉬움이 있다면 사탕수수에 들어 있던 효소, 조효소, 미네랄, 섬유소, 비타민, 아미노산, 기타 생리활성물질 등이 정제로 인해 폐기돼 영양소의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불순물로 취급되어 버려지는 당밀은 가축의 사료나 럼주를 만드는 데 쓰이고 정말로 소중한 알맹이는 가축이 먹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백설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당분이 인체에 흡수돼 에너지원이 되기에는 비타민 B1이나 식이섬유소가 영양성분을 천천히 흡수하게 조절해주게 된다. 하지만 정제 백설탕은 비타민 B1이나 식이섬유소 등이 모두 제거되고 없기 때문에 섭취 후 혈당치가 순식간에 올라가고 높아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돼 혈당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당뇨, 심혈관질환, 중풍,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키기 쉽다.
최근에는 백설탕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황설탕이나 흑설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 국내 제당 회사들이 내 놓은 것은 백설탕에 열을 가해 갈변하게 한 황설탕을 만든 것이고, 카라멜 색소를 입혀 흑설탕을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입되는 설탕의 원료는 당밀을 제거한 것이므로 정작 몸에 이로운 당밀이 함유된 흑설탕은 국내 설탕공장에서 만들어 낼 수 없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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