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꾼다. 부정적 편견은 사람들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편견의 대상자뿐만 아니라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도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몸과 마음에 병이 생겨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주홍글씨'처럼 씻지 못할 상흔을 남긴다.
기자는 10년 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우려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가 보도된 후 정신질환자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전화가 잇따랐고, 어느 단체는 신문사로 예쁜 화분을 보내기도 했다. 정신질환은 특정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과도한 생존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질환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18세 이상 6명 중 1명이 연간 한 번 이상의 정신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한 정신질환의 1년 유병률은 2006년에 비해 22.9%나 증가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이 늘고 있는데도 우리사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사회로부터 격리돼야 할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중중의 정신질환의 경우에도 평소 약물 치료와 관리만 잘 받는다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암 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암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암=불치병'이던 시절에 머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심영목'조주희 교수팀이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8%가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암은 치료가 어렵다', 72%가 '암 환자는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또 43%는 '암 치료를 받은 사람은 남들처럼 사회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했고, 56%는 '암 치료 후 건강이 회복되더라도 직장에서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경우 47%가 1년 이내 직장을 잃고,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일반인(30.6개월)에 비해 평균 1년 이상(46.3개월)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환자들은 이 같은 부정적 인식 때문에 자신의 병을 주변에 알리기를 꺼리게 된다.
암 치료 후 상당수 환자들은 만성 피로와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히 질병에 의한 것인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질병 정복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퇴치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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