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가족 이야기] 베트남 올케에게 줄 선물

우리 집 거실을 점령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릇이다.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그릇이 줄지어 서있는 진풍경을 보고 "이거 왜 이래?"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럼 나는 "외숙모네 줄 그릇이야. 많지! 깨끗하지!" 하고 자랑을 한다. 우리 올케는 베트남에서 시집을 왔다. 그리고 이번에 집을 지어 분가를 하는데 쟁여두기만 하던 그릇을 나눠쓰자 싶어서 깨끗이 씻어 봄볕에 말렸다. 그 바람에 가족들은 그릇 깨질까 거실 벽을 잡고 까치발로 걸어 다녀야 했다.

나는 동생 한 사람만을 믿고 먼 나라 베트남에서 낯선 한국까지 시집와준 우리 올케가 고맙다. 그래서 재은이를 낳았을 때 '산바라지' 해 줄 친정엄마가 없는 올케를 위해 우리 집에서 기쁜 마음으로 '산바라지'를 해주었다. 베트남 친정 엄마만큼은 아니더라도 손수 끓인 미역국 먹일 수 있어 좋았고 "형님, 고마워요"하는 그 모습이 참 예뻤다.

요즘 나는 작은 희망이 있다. 우리 올케와 함께 베트남 친정에 방문하는 것이다. 사돈어른을 만나 두 분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리고 한국에 동생의 배필로 귀한 딸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길 오늘도 소망해본다.

장순이(대구 북구 대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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