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털해킹 피해 배상하라"…네이트 위자료 100만원씩 지급하라

회원 3500만명 집단소송 태세

인터넷 포털사이트 해킹 사건이 잇따라 발생,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포털사이트 운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온라인쇼핑몰 옥션, 게임사이트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해킹사건이 수차례 발생했지만, 법원이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넷 해킹피해 첫 배상책임

대구지방법원 구미시법원 임희동 판사는 26일 네이트 회원인 유능종 변호사가 네이트'싸이월드 운영자인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해킹사건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7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천50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해킹을 당해 중국 해커 집단으로 넘어간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넘어간 개인 정보는 통상 보이스 피싱이나 스팸문자를 보내는 데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현재 경찰이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이 사건이 발생하자, 회원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국내에선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위자료나 배상을 받으려면 피해자 본인이 직접 소송을 내야 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는데,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해킹사건 피해자에 대해 법원이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포털사이트 운영사업자의 과실을 폭넓게 인정,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변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해킹사건들 중 사이트 운영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향후 파장

현재 이번 해킹사건 피해자들은 수백, 수천 명씩 모임을 결성해 단체 소송을 추진 중이며, 이미 SK커뮤니케이션즈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람도 전국적으로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피해자가 3천50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위자료 지급 판결은 초대형 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산술적으로 피해자가 모두 이번 판결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위자료는 35조원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해킹을 막지 못한 과실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명시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도 이번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진행될 소송에선 해킹 방지 기술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과실 여부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변호사는 "해킹사건에 대한 사업자 책임이 명백히 인정된 만큼 해킹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들을 모아서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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