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대구 수성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근절에 나섰지만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이 무색하게 이달 들어서만 대구경북의 중'고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고, 26일엔 대구 북구의 한 여중생(15)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할 요량으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 중이다.
정부는 물론 교육청과 검찰, 경찰 등 관계기관이 총동원돼 10대들의 주요 자살 원인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목숨을 끊는 아이들은 줄을 잇고 있다.
◆효과 없는 대책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는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올 초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은 ▷학교의 책임을 강화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며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경찰을 동원해 일진에 대한 엄정 대응을 강조하지만, 정작 학교폭력의 예방 교육에는 무관심하다는 것.
정부는 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한 학기에 1회씩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전문가에게 교육을 맡기거나 영상물로 대체하는 등 실효성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이한 학교
특히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외면하거나 안이하게 생각하는 교장과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학교폭력예방센터 김건찬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수성구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은 비전문가가 예방 교육에 나섰고, 최근 학생이 자살한 영주 학교의 경우 경찰관이 강사로 나섰으며, 이번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캠페인을 하는 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교사'학생 불신의 벽만 높아져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 이후 학교에 대한 간섭이 심해지면서 교사와 학생 간 불신이 높아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빌미로 설문조사 등 각종 공문이 각급 학교에 내려가면서 교사들은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것.
대구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공문 작성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겨 오히려 학생들과 대화할 시간이 줄었다. 수업 연구할 시간도 부족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참교육학부모회 문혜선 상담실장은 "정부와 교육청의 대책이 현장에서는 공염불이다. 학생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한 명이라도 안 놓치려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면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제돼야 각종 대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원폭력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이번 자살 시도 사건은 해당 여중생이 학원에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하지만 교육계는 교내 폭력 근절에만 매몰된 탓에 학교 바깥의 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호숙 대구지부장은 "학원도 교육청 관할이다. 학원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 학교 간 공동 대응하는 등 학원폭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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