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명문 골프장에서 흘러나왔다는 우스갯소리다.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처럼 조를 맞춰 라운딩을 즐기는데 앞 팀의 진행이 지나치게 늦어 짜증이 났다. 매 홀마다 꾸물거리며 티샷과 세컨샷의 흐름을 끊어놓는가 하면 그린에서도 늑장을 부리며 속을 태웠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캐디에게 "앞 팀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캐디의 대답인즉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행세깨나 하는 4형제인데, 오늘 라운딩에서 진 사람이 부모님을 모시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잔디밭에서 벌어진 이 형제 간의 대결은 그나마 쓴웃음으로 넘길 만하다.
그러나 권력과 부(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골육상쟁(骨肉相爭)을 접할 때마다 너나없이 인간의 잔혹한 이기심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 무신정변 초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4대 60년간에 걸친 최씨 무신정권을 수립한 최충헌이 죽자 그 아들 우(瑀)와 향(珦)의 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졌다. TV 드라마 '무신'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중국의 당태종 이세민은 형과 아우를 죽인 '현무문의 변'을 통해 2대 황제로 즉위했다. 조선 태종 이방원은 이복동생들을 죽이고 친형과 왕위 쟁탈전을 벌이는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통해 등극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과 재력을 독점하기 위해 벌어진 골육상쟁의 역사는 비일비재하다. 세계적인 명품 가죽 제품 브랜드인 이탈리아의 구찌(Gucci)도 창업주가 늙자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 간의 골육상쟁이 벌어졌다. 둘째 아들 알도와 막내 로돌프의 싸움에 이어 알도는 자신의 아들을 해고했다가 탈세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게다가 로돌프의 지분을 물려받은 구찌가의 3세 마우리치오는 이혼한 전처에 의해 청부 살해되고 만다.
최근 우리나라 최대의 재벌 기업인 삼성그룹 형제자매 간의 소송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전투구의 싸움 자체도 그렇지만 가족 간에 오가는 말투가 거의 막말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자고로 형제간이란 부모 슬하에서 오순도순 클 때와는 달리 성장해서 제 가정과 살림을 가지면서부터는 틀어지기가 십상인가. 권력과 재력을 가진 집안일수록 더 그렇다. 원수 같은 형제 사이가 아니라, 옛 교과서 속의 가슴 넉넉한 이야기처럼 '의좋은 형제'로 살 수는 없는 것인가. 나눠 가질 수 없는 권력과 부의 속성 탓인가, 인간성의 한계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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