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용의 성공비결, 재능보다 인내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백지연 지음/ 알마 펴냄

이달 16일 세계은행은 이사회를 개최, 김용(53)을 총재로 선출했다. 3월 1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트머스대 김용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을 때, 이미 상당수 국내 지식인들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선임에 버금가는 '충격적 쾌거'로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일본'중국을 막론하고 동양인이 세계은행 총재를 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세계은행그룹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1945년 창설), 국제개발협회(IDA, 1960년 창설), 국제금융공사(IFC, 1956년 창설), 국제투자보장기구(MIGA, 1988년 창설), 국제투자분쟁해결본부(ICSID, 1966년 창설) 등 5개 기구로 구성된 국제적 원조개발기구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세계 빈곤 척결'과 '저개발국가 지원'을 위한 국제기구인 셈이다.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의사결정에서 선진국 지분이 개발도상국보다 월등히 많다. 따라서 빈번하게 '정치적 대출'이 행해졌고, 지원을 빌미로 수혜국의 경제주권을 손상시켰으며, 제3세계와 최빈국의 긴급현안 대체에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기고 했다.

그런데 세계은행이 몇 년 전부터 '자유화와 개방을 통한 성장과 빈곤의 해결'을 고집하는 대신, '소득분배의 중요성'과 '빈곤층을 위한 성장'(pro-poor growth)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정책 전환기에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취임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제3세계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대표적 성공모델 중 하나이다. 동남아'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우리 대구경북을 모태로 한 새마을운동 '따라 배우기' 열풍이 부는 것도 이런 맥락이며, 올해 영남대에서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박정희스쿨)'의 문을 연 것도 동일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제3세계와 빈곤국들로부터 원성을 사왔던 세계은행이 한국인 김용 총재의 취임을 계기로 '로빈후드식' 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김용은 고교 시절 전교회장과 수석 졸업을 한 수재인 동시에 학교 풋볼팀 쿼터백과 농구팀 포인트 가드로 뛸 만큼 활동력도 뛰어났다.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를 거쳐 하버드에서 공부하면서 의학박사와 인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국제적인 의료봉사 조직인 PIH를 설립해 중남미 등의 빈민지역에서 질병퇴치를 위한 의료구호활동을 펼쳤다. WHO(세계보건기구) 에이즈국장을 맡기도 했고,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도 지냈다. 2005년에는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 의해 미국 최고 지도자 25인에 뽑혔다.

이 책은 방송뉴스 앵커 출신 저자가 2009년 이후 6차례 김용을 심층 인터뷰했던 내용을 담았다. ▷성공한 사람은 재능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있다 ▷세상을 끌어안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라 ▷똑똑한 한국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을 확장하는 일이다 ▷이제 세상은 공부벌레를 원치 않는다 ▷글로벌시티즌이 돼라 ▷추론적 유연성과 글쓰기에 대한 강조 ▷젊은 세대의 냉소주의에 대한 비판 ▷세계적인 경제문제는 윤리의 문제다 ▷있던 직업은 사라지고, 없던 직업이 생겨난다 등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40쪽, 1만3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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