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2인자의 대명사 이기붕

2인자는 화려하지만 외로운 자리다. 1인자의 신임을 바탕으로 욱일승천하다가도 어느 날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보다 더 초라한 것도 없다. 특히 정치집단은 더 그렇다. 2인자는 1인자의 지원도 받지만 끊임없는 견제를 받는다. 그래서 1인자에 맞서기보다는 2인자로서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1인자의 권력이 영속되기를 바라고 그것을 위해 온갖 악역을 담당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2인자가 만송 이기붕이다. 이승만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 비서실장, 국방장관, 서울시장, IOC 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권력의 2인자로 등극했다. 압권은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 자신의 아들 이강석을 이승만의 양자로 보내 권력의 영구화도 도모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통해 부통령에 당선되긴 했으나 4'19 혁명으로 사임하고 국회의장직에서도 제명됐다. 그 해 오늘 새벽 당시 육군 소위로 복무 중이던 아들 이강석은 고민 끝에 권총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박마리아) 및 동생을 죽이고 본인도 자살했다. 일설엔 이승만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던 곽영주에게 살해됐다는 얘기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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