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전에는 꽃미남, 소주엔 젊은 미녀, 아파트는 이미지로…

광고 모델 트렌드에 숨은 마케팅 전략 찾기

꽃미남 전성시대. 삼성 지펠 아삭 이승기. 쿠쿠홈시스 원빈, LG 휘센 조인성
꽃미남 전성시대. 삼성 지펠 아삭 이승기. 쿠쿠홈시스 원빈, LG 휘센 조인성

현대사회에 넘쳐나는 수많은 제품들만큼 각종 광고도 홍수를 이룬다. 특히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모델로 나섰냐는 것. 얼마나 인기있고 긍정적이면서 신뢰감 주는 이미지를 가진 모델을 기용하느냐에 따라 판촉의 효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래서 경쟁사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제품을 각인시키기 위해 모델을 선택할 때 소비자심리 분석이 동원된다. 모델 기용 패턴에도 유행이 있다. 소주 광고에는 여자모델, 가전제품과 식품 광고에는 꽃미남 남성이 대세인데다, 한때 톱모델 모시기 경쟁이 치열했던 아파트 광고는 아예 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소주 모델=젊은 미녀?

금복주의 '참소주' 모델은 대구경북민들에게 최고의 관심 대상이 된다. 특히 연초 '참소주 달력'이 배포되기 시작하면 모델의 이미지와 광고 콘셉트를 놓고 주당들의 술자리 설왕설래가 뜨겁고, 일각에서는 달력 구하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정도다.

지금까지 참소주 모델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몰고 다닌 것은 단연 4대(2008~2010년) 모델 손담비였다. 신인가수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를 금복주에서 곧장 전속모델로 찍어 둔 덕분에 참소주 달력은 동이 났고, 소주병에 붙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뜯어낸 뒤 소주잔 아래 붙여놓고 마신다고 해서 '담비주'라는 애칭도 생겨났다. 광고 모델이 매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를 새삼 알게 하는 대목이다.

소주 광고에 미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의 일이다. 진로 참이슬이 출시된 1998년, 톱스타 이영애가 광고 모델로 나서 큰 화제를 일으킨 것. 당시 업계 관행상 주류 광고에 여성 톱스타가 등장한 것은 파격이었다. 이후 특급 여자 모델이 잇따라 기용되기 시작하면서 소주 모델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또 소주 모델이 화장품 모델과 나란히 여배우의 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주 모델로 활약한 스타들은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성유리, 하지원 등으로 화려하다.

참소주는 현재 이다해를 모델로 사용하고 있고, 진로 참이슬의 모델로는 '공주의 남자'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떨리게 한 문채원과 영화 '완득이'의 주인공이었던 유아인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있다. 부산 대선주조의 '즐거워 예'는 신세경,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이효리가 5년째 활약하면서 흔들어 마시는 일명 '회오리주=효리주'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매출을 이끌고 있다.

사실 소주는 '남자의 술'이다. 최근에는 여성 애주가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소주 소비자 비율은 남자 7대 여자 3으로 남성 소비자가 압도적이다. 이런데도 왜 미녀 스타들이 모델을 독식할까?

그 이유로는 '순해진 소주'에 있다는 해석이다. 소주가 '독주'에서 벗어나 '순한 맛'을 강조하면서 여성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남자들끼리의 적적한 술자리에 미녀 스타가 함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해석도 있다.

금복주 마케팅팀 이진욱 차장은 "모델을 기용할 때는 늘 남자 모델도 함께 검토를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주모델=미녀'의 공식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남성 모델 전성시대

반면 맥주 모델은 주로 남성들이다. 한때는 조각미남 장동건이 '맥주 한잔'으로 유혹한 것을 비롯해 주진모, 조인성 등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남, 게다가 빅뱅에 이승기 등 아이돌 가수까지 합세하면서 맥주 광고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대세 배우로 손꼽히는 김수현이 카스 모델로 나섰다. 하지만 요즘은 공식이 깨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하이트는 피겨 선수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우며 맥주 모델은 남성이라는 공식에 반전을 줬다.

식음료 광고에서는 꽃미남 스타가 대세다. 공유, 원빈, 송승헌, 송중기, 이승기 등 여심을 뒤흔드는 미남자들이 식음료 광고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커피, 조미료, 레토르트 식품 등 식음료업계 광고 시장의 전체적인 트렌드를 남자 모델들이 끌어가고 있다.

조지아 커피는 2008년 런칭 때부터 차태현을 모델로 발탁, 캔커피 시장에 남자 모델 열풍을 일으켰다. 원빈은 신민아와 커플로 맥심의 캔커피 T.O.P의 얼굴로 활약하고 있고, 이민호는 롯데칠성의 캔커피 칸타타 모델로, 공유는 맥심의 고급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 모델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부 모델의 독차지라고 생각했던 식품 광고에도 남성 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백설의 경우 고수를 브랜드 광고 모델로 발탁, 백설 브라우니 등 자사 광고에도 출연시키고 있으며, 대상 청정원은 이승기와 브랜드 광고 모델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송승헌'윤상현'송중기 3명을 트리플 캐스팅해 광고를 제작하고 있고,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시후는 오뚜기의 모델로 활동했다.

가전제품 광고에서도 꽃미남 모델이 대세다. 가전 '꽃미남'의 원조로 꼽히는 이승기는 삼성 지펠 김치냉장고 광고를 통해 귀여운 연하남이나 애교가 넘치는 아들의 이미지로 김치냉장고의 주 고객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영화 '아저씨'에서 거친 남성적 매력을 발산한 배우 원빈은 쿠쿠홈시스의 밥솥과 정수기 광고에서 여심을 흔든다. 여성들은 "차라리 원빈의 밥솥이 되고 싶다"며 탄성을 내뱉을 정도다. 조인성은 LG 휘센 광고에서 바람댄스를 선보이면서 살짝살짝 펄럭이는 셔츠 자락 사이로 완벽한 복근을 자랑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이시훈 교수는 "사회적으로 성 역할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더 이상 여자가 해야 할 일, 남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하나는 광고에서는 전략적 타깃이 가장 선호하는 모텔을 기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성에게 호감도가 높은 꽃미남 모델을 통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광고가 감성을 자극하고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목적 위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더욱 상대 이성을 공략하는 광고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제품 기능상의 차이가 두드러지다 보니 제품을 직접 사용해야 하는 주부 모델을 통해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기술발달이 빨라지면서 기능상의 차이보다는 결국 브랜드 선호도 등 감성에 호소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별들의 전쟁 끝나고 철학시대

과거 톱모델이 대거 기용되며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던 아파트 광고는 아예 모델이 없는 광고로 진화하고 있다. 얼굴이 사라진 대신 그 자리를 자사만의 아파트 철학과 감성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파트 모델 시장은 광고업계 최고의 시장이었다. 삼성 래미안에서 배우 황수정을 기용하며 브랜드를 알린 것을 시작으로 대림 e-편한세상은 채시라, 대우 푸르지오는 김남주, 포스코건설은 장동건, 롯데캐슬은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아파트 브랜드 전쟁이 본격화된 바 있다. 이후 후발주자마저도 김희선, 이미숙, 김희애, 고소영, 배용준, 이미연, 김명민, 김태희 등 당대 톱스타들을 모델로 섭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의 건설철학이나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비추는 쪽으로 제작되고 있다. e-편한세상은 대림산업만의 건설 철학을 담은 CF를 연이어 제작하고 있고, 대우건설 푸르지오는 자연주의를 담은 서정적인 내용의 광고를 만들었으며, 포스코건설도 '아파트를 넘어 도시를 짓다'라는 내용을 모토로 CF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사들이 더 이상 톱 모델을 기용해 경쟁을 벌일 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더구나 비슷한 형식의 광고가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브랜드 각인 효과는 있지만 식상하다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특정 인물에 기댄 브랜드 이미지는 그 모델의 활동이나 이미지 변화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광고만 계속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등의 활동이 부진한 배우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광고를 하는 모델들이 늘면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수영선수 박태환은 LG의 에어컨 모델로 활동하다 최근에는 삼성의 노트북 광고 모델로 등장했고, 김연아는 LG 디오스 냉장고 모델로 활동하다 삼성 하우젠 에어컨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소녀시대 역시 삼성 중국 현지법인 모델로 활동하다 지금은 LG전자 3D TV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서 유독 빅모델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 때문에 모델 이미지에 타격을 입거나 모델이 경쟁사로 이동함에 따라 광고 효과가 반감되는 현상도 강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전문 광고모델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빅모델을 기용하는 경우는 10%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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