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양경찰에 고소당한 검사, 소환 응하라" 이번엔 여경 1인시위

검경 힘싸움…경찰간부, 서울서 휴가내고 내려와 피켓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이지은(34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이지은(34'경찰대 17기) 경감이 27일 낮 대구지검 서부지청 정문 앞에서 부당 수사지휘 의혹을 받고 있는 피고소인 박모 검사의 경찰 출석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7일 낮 대구지검 서부지청 정문 앞. 하얀색 미니스커트에 짙은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낯선 풍경에 오가는 검찰청 직원들은 신기한 듯 힐끔힐끔 쳐다봤다. 이 여성이 든 피켓에는 '폭언, 수사 축소 압력 의혹, 박○○ 검사는 경찰의 소환 요구에 즉각 응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인 시위의 주인공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이지은(34'경찰대 17기) 경감. 경찰이 검찰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 경감은 이날 하루 휴가를 내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와 2시간가량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에게 막말을 하고 수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경남 밀양경찰서 J(30) 경위가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모(38) 검사를 고소한 사건 수사에 검찰이 비협조적이라는 게 시위배경이다.

이번 고소 사건은 수사 지휘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비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합동수사팀까지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핵심 참고인 P(60) 씨에 대한 증인신문 신청이 검찰에 의해 두 차례나 기각됐다. 이에 따라 합동수사팀은 박 검사에게 다음 달 3일까지 성서경찰서에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내 검경이 충돌하고 있다.

이 경감은 "이 사건은 J 경위의 개인적인 고소 사건이지만 지금처럼 검찰이 수사, 기소권을 독점한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도 잘못을 했다면 경찰관에게 조사를 받고 협조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감히 누가 건드리냐'는 식입니다."

이 경감은 또 "스스로도 J 경위와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어봤다"고 털어놨다. 검찰이 봐주기로 마음을 먹으면 어떤 범죄도 다 봐줄 수 있을 정도로 '무소불위'라는 것. "경찰 개인으로서 검사의 특권의식과 부당성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1인 시위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 취지에 동감을 하신다면 릴레이 시위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이 경감의 검찰청사 앞 1인 시위에 대해 검찰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서부지청 한 검사는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을 상대로 1인 시위를 한다는 것이 참 황당하다"며 "경찰이 조직적, 공개적으로 검찰을 망신주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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