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찰 형 생겼는데 일진할 순 없죠"

10개 중학교 '짱'들 모임, 수성서 경관 설득에 스스로 해체하기로

수성경찰서 이춘호 경위가 일진회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수성경찰서 제공
수성경찰서 이춘호 경위가 일진회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수성경찰서 제공
일진회 학생들이 친구들을 따돌리거나 괴롭히지 않겠다고 경찰에 제출한 다짐서.
일진회 학생들이 친구들을 따돌리거나 괴롭히지 않겠다고 경찰에 제출한 다짐서.

"그동안의 행실을 반성하며 더 이상 일진회 활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대구시내 고교생 16명이 일진회를 구성해 4년 동안 활동해오다 스스로 모임을 해체했다. 해체 뒤에는 이들과 인간적인 신뢰를 쌓고 선도했던 대구 수성경찰서 경찰들이 있었다.

2009년 대구시내 10여 개 중학교에서 '짱 중의 짱'으로 불리던 이들은 인터넷 채팅으로 서로 알게 됐다. 학교에서 그칠 것이 없던 이들은 순식간에 의기투합했고, 스스로 대구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일진'이라고 자신했다. 고교에 진학한 뒤에도 모임은 이어졌다.

회원 생일날이 되면 '생일빵'(폭력이 섞인 생일파티)을 명분으로 주기적 모임을 갖고 세를 과시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대구짱 OOO'라는 블로그도 운영했다.

그러다 1년 전 경찰의 정보망에 이들의 모임이 포착됐다. 절도 피의자로 수성서에 불구속 입건된 이 모임 리더 A(16) 군이 경찰에 모임에 대해 알려줬던 것. 경찰은 A군을 통해 또 다른 리더 B(16) 군을 소개받았다.

경찰은 올 3월 초부터 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마음을 열게 하고, 식사도 함께하며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갔다. 이춘호 경위는 "자주 만나 친하게 지내고 서로 안부를 묻는 등 인간적인 신뢰를 쌓으면서 학생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며 "학교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설득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두 사람을 통해 회원 전부를 3차에 걸쳐 수성서로 불러 학교 폭력의 심각성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더 이상 일진 모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서를 최근 경찰에 제출하고 모임을 해체했다.

이 경위는 "앞으로 함께 운동, 봉사활동, 카카오톡 등으로 지속적으로 신뢰 관계를 만들어 더 이상 학교 폭력에 물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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