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고관절(엉덩이관절) 통증 탓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진단과 동시에 수술까지 가능한 고관절 내시경(관절경)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고관절은 크게 넓적다리뼈(대퇴골) 위쪽에 있는 둥근 모양의 '대퇴골두'와 이를 둥글게 감싸는 골반뼈의 한 부위인 '비구'로 나뉜다. 이쪽에 통증이 생겨 수술을 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대퇴골두로 가는 피흐름이 막혀 뼈 조직이 죽는 질환), 비구 이형성증(소켓 모양의 비구가 작게 만들어져 대퇴골두를 충분히 감싸지 못하는 것), 고관절 관절염 등이 있다. 대부분 방사선 사진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수차례 검사에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불필요한 민간요법에 의존해 병을 키우거나 척추나 무릎관절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고질적인 고관절 통증
육상선수인 김철민(가명'16) 군은 2년간 오른쪽 고관절 통증에 시달려 왔다. 수차례 검사를 받았지만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종합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대퇴비구 충돌증후군'(대퇴골두를 감싸는 비구가 지나치게 튀어나왔거나 비구의 변형 탓에 비구와 대퇴골두가 부딪치면서 통증을 느끼는 질환. 고관절 충돌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이런 경우 비구 끝에서 대퇴골을 감싸는 부드러운 부위인 '비구순'이 손상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절경 수술로 충돌 부위를 잘라냈고, 통증이 사라졌다.
버스 기사인 조형주(가명'50) 씨도 석 달간 왼쪽 고관절 통증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다. 다른 병원에서 MRI, CT 등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을 찾지 못했다. 통증 때문에 일도 못할 지경이었다. 종합병원을 찾았지만 추가 검사를 거부했다. 통증으로 볼 때 비구순 파열 가능성이 높아 결국 관절경 수술을 받았고, 손상 부위를 잘라낸 뒤 통증에서 벗어났다.
◆조기 퇴원하고 후유증 적어
관절경 수술은 약 1㎝ 이하의 작은 구멍 2, 3개를 뚫은 뒤 초소형 카메라와 레이저 수술기구가 들어 있는 가는 관을 관절 내부로 집어넣어 질환 부위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다. 무릎이나 어깨 관절에서 많이 시술되고 있다. 고관절은 워낙 체내에 깊숙이 위치하고 주위 조직이 다른 관절에 비해 두껍고 튼튼하기 때문에 관절경을 통한 접근이 어려워 널리 시행되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수술방법 및 기구의 발전과 함께 고관절 통증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점차 고관절에도 관절경 수술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 약 1㎝ 이하의 작은 구멍을 통해 초소형 카메라를 집어넣은 뒤 모니터로 관절 내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MRI, CT로도 파악되지 않던 질환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수술을 통한 치료도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통증이 적고 조기에 보행 및 퇴원이 가능하며 후유증이나 합병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진단과 함께 수술도 가능
특히 비구순 파열은 고관절 통증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비구순 파열은 단순 방사선 사진으로는 진단이 어렵다. 관절경은 가장 정확히 진단하는 동시에 수술까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 고관절 내에 퇴행성 변화나 외상 때문에 골절편(유리체)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관절경을 통해 절개하지 않고 제거할 수 있다. 초기 골관절염 환자의 경우, 관절경을 통해 연골의 어느 부위가 얼마나 닳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특수 시술을 하면 일시적으로 관절염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형외과 이경재 교수는 "원인을 찾기 힘든 고관절 부위 통증 환자의 상당수가 고관절 관절경을 통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다"며 "우리 병원은 지역 최초로 고관절 클리닉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도움말=계명대 동산의료원 정형외과 교수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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