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참사가 1년하고도 보름이 지난 지금 일본열도 침몰의 불안과 의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국민의 지진공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미 브라질의 일본 이민 역사는 170여 년. 본국의 침몰에 대비해 아마존 상류 지방 주변에 일본 본토보다 더 넓은 땅을 사뒀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100년이 가까워간다.
일찍이 지구 최대의 산림지대인 아마존 유역에서 수많은 약초류를 연구, 제약 사업에 뛰어든 것도 그들 일본인이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땅만 사들인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경제적 기반 구축을 위한 갖가지 미래 사업 투자에도 일찍 눈뜬 것이다.
실제 아마존 일대의 자연 식물'약초 연구소와 제약 회사의 상당수는 일본 회사들이다. '브라질 감기'라는 발열성 몸살쯤 주사 한 방이면 30분 내로 가뿐하게 끝장내 버리는 약도 아마존이라는 신이 내려준 밀림의 비약(秘藥)과 100년 가까이 일찍 치고 들어간 현지 제약 회사들의 의약 기술의 공(功)이 조합해낸 성과의 하나다.
그들은 이민 초기, 농업 이민이란 구실로 엄청난 토지를 값싸게 확보할 수 있는 명분을 활용, 넓은 땅을 확보한 뒤 일본 소나무를 곳곳에 심는 의도된 조림 사업을 펼쳤다. 그런 움직임을 보며 남미 사람들은 '일본인들 머릿속에는 지진으로 본국이 침몰하면 제2의 에덴동산에 옮겨와 살겠다는 원대한 야심이 숨어 있다'고들 말한다.
한국도 1960년대 초 브라질 농업 이민을 기획, 이주자를 보냈지만 정부가 사준 땅도 버리고 다들 도시 상가로 뛰쳐나오는 바람에 실패했다. 물론 제2의 한국을 세울 땅 확보도 실패했다.
그런 대비된 역사 속에 일본 대지진이 엉뚱하게도 남미가 아닌 한국 땅 부산의 아파트값을 올리고 있다. 해운대, 광안리 주변 땅과 아파트를 남미의 일본 땅 사들일 때처럼 매입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의 이야기일 수 있다. 대지진 1년 이후 일본의 더 큰 문제는 남의 나라 땅을 사고 아파트를 사는 영토 침몰의 불안보다 맥없이 무너지고 있는 그들의 경제다.
대지진 직후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0.9%를 기록했다. 2010년 4.4% 성장률에 비하면 엄청난 하락이다. 지난 30년간 연속된 무역수지 흑자가 대지진 후 무려 27조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월에는 한 달 새 18조 원의 무역 적자를 냈다. 180조 원의 설비'주택 직접 재산 피해와 1만 9천200명의 사망'실종 인명 피해는 16년 전 고베지진 때보다 각각 1.7배와 3배의 규모다. 그런 위기 속에 자동차 산업은 마이너스 54%, 화학 부문은 마이너스 29%, 일반 제조업도 마이너스 55%로 온통 '마이너스'로 돌아서 있다.
4월부터 5호기 원전 가동 중단과 정기 점검이 시작되면 '원자력발전 제로(0)' 상태에 빠진다. 그렇게 되면 화력발전 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석유 등 화석연료를 더 수입해야 한다. 올해만 34조 원어치를 사야 한다. 거기다 도쿄 도심 직하(直下)형 지진이 예고돼 있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산 아파트에 유혹되지 않을 수 없는 패닉 상태다. 거기다 국가 부채는 1천조 엔이 넘는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채의 90%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부실은 부실이다.
그러나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대로 비록 영토는 꺼지고 잠길지 모르나 그들의 저력과 정신은 아직도 일본답다. 일단 외국 기업 M&A가 급증한다. 지진 후 455건의 외국 기업을 인수했다. 일본 사상 최고치다. 기존 해외 공장의 가동률도 본국보다 더 높였다. 그냥 앉아서 한숨이나 쉬며 침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더구나 그들은 3천600조 원 규모의 대외 순자산을 쥐고 있다. 2007년 이후 외국에 투자해둔 대외 자산의 이자와 배당금 수익만도 지난해 지진 후에도 175조 원을 벌었다. 경상수지는 흑자인 셈이다.
일본의 지진을 보면서 우리가 배우고 새겨야 할 것은 바로 100년 전 남미 땅에 본토보다 넓은 땅을 준비하고 위기와 미래에 대응한 그들의 도전 정신이다. 부산 아파트값 올랐다고 희희낙락하고 있다간 된통 당한다. 일본열도가 침몰해 제주 앞바다가 휑하니 비워 뚫린다 해도 그들은 지구 반대편 이국 땅에서 우리에게 더 치열한 경쟁의 싸움을 걸어올 것이니까….
김정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