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에서 번 돈, 지역에 쓰이게 하자"…매일신문 연중기획 마련

'지역사랑 지역소비' 운동

대구경북 50조 유출 vs 인천'경기 34조 유입.

매일신문과 대구경북연구원이 전국 광역자치단체별 자금 유출'입 실태를 분석한 결과다.

국가통계포털의 전국 금융기관(예금은행+비은행금융기관+생명보험) 예금과 대출금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지역별 자금 유출'입 규모(예금 총액에서 대출금 총액을 뺀 금액)는 지방과 수도권 자본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2012년 1월 기준 대구경북 자본의 외부 유출액은 49조7천억원(누적 금액)으로, 5년 전(2006년) 23조5천억원과 비교해 2배 넘게 급증했다. 반면 1월 현재 인천·경기권에는 34조2천억원이 오히려 유입됐고, 5년 전(23조3천억원)과 비교해 10조원 넘게 불어났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연구위원은 "금융(투자), 산업, 재정 등 자금 흐름의 주요 경로 중 금융 부분을 조사했다"며 "지역 자금의 구조적 유출은 소비-투자-생산의 경제성장 연결 고리를 잘라 지역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구경북 지역경제가 '자본 유출'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간 금융, 유통, 건설 등 지역 주요 경제기반 전 부문은 수도권 거대 자본에 휩쓸려 생존 기반을 상실했다. 지역 금융이 가장 먼저 몰락했고, 지역경제를 떠받쳐온 건설'유통업 두 축마저 차례로 무너졌다.

서울과 수도권에 본사들 둔 대기업들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 빈자리를 채웠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인수'합병되거나 협력업체로 전락했고,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나 '입점 업체'란 이름으로 대기업에 종속됐다. 지역에서 소비되는 돈이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지역 투자와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에서 흘린 땀의 결실이 지역에 머물지 못하고, 가난한 지역경제가 부자 수도권경제로 돈을 퍼 나르는 모순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매일신문은 연중 기획으로'지역 사랑, 지역 소비'시리즈를 기획했다.

지역 경제 주체들이 단순한 합리적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 기업이 생산하고 지역 상인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지역의 공공기관'단체와 시민 사회 전반에 걸쳐 대형마트 대신 인근 시장 상품을 찾고, 명품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지역 기업 제품을 애용할 줄 아는 '지역 소비'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역 자영업과 중소기업들도 수도권 자본과 경쟁해 지역민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변화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단지'지역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지역 소비를 강요할 수는 없다.

역외 대기업 역시 독점에서 동반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생'은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에서 거둔 이익을 지역 사회, 지역 소비자와 함께 나누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일본 빚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던 국채보상운동(1907년)의 발원지다. 지역 소비 운동은 수도권 경제 종속에서 벗어나 지역의 돈을 지역에서 돌게하자는 새로운 주권 찾기다.

100여년전 그 때처럼 지역 범시민 사회가 함께하는 지역 소비 운동을 통해 소비-투자-생산의 순환 고리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면 지방 분권, 경제 분권을 실현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 재도약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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