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마트서 폰 사서 '유심' 꽂으면 "여보세요∼ "

휴대폰 블랙리스트제도 오늘부터 시행

1일부터
1일부터 '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된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휴대폰 단말기 유통망이 다양해져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KT의 블랙리스트 제도 이용자를 위한 요금제 홍보 모습. KT 제공

'블랙리스트 제도 오늘부터 시작, 장롱폰 꺼내서 써볼까?'

직장인 이수진(29'여) 씨는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 유학 시절 쓰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데 5월부터는 해외 휴대폰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몇 달 쓰지도 않은데다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휴대폰이라 그냥 한국에 가지고 들어왔다"며 "이달부터는 유심(USIM)만 끼우면 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다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일부터 '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된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전화 단말기 식별번호(IMEI)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저가 단말기 유통이 활발해 지고 해외의 값싼 휴대폰도 들여올 수 있어 소비자들의 휴대폰 단말기 가격 부담이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리스트 제도, 뭐가 달라지나

지금까지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일명 화이트리스트 제도라고 불리는 단말기 등록제를 운영했다. 통신사가 자사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기기는 통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화이트리스트 제도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통사 전산망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유심만 있으면 휴대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블랙리스트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유통망이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기존 이통사들의 휴대폰 대리점이나 제조사 매장 등에서만 휴대폰을 판매했지만 1일부터는 대형마트 등 어디서나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 해외에서 구입한 휴대폰도 방송통신위원회에 반입 신고서만 제출하면 사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그만큼 다양해지는 셈이다.

이통사들은 대형마트 등 새로운 채널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에 대한 요금 할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다른 유통경로로 판매되는 휴대전화도 약정 계약을 맺으면 요금 할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할인율을 이통사와 논의 중"이라며 "해외에서 들여오는 휴대전화도 비슷한 요금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도입 후 효과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된다고 당장 휴대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채널별 경쟁으로 인한 가격 인하효과를 기대할 뿐이지 별다른 인하 유인책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고가 단말기 위주인 현재 휴대폰 시장에 저가 단말기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24개월에 나눠 내는 게 대부분인데, 이 때문에 고가 단말기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단말기 자급제는 이런 시장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폰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중고 공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별도로 기계를 구입하지 않고도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의 중고폰 거래 프로그램은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도입한 중고폰 매매 서비스 'T에코폰'의 3월 거래량은 4만 대를 넘어서 첫 달 150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KT도 지난달 '올레 그린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중고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블랙리스트 제도의 단점은

블랙리스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은 됐지만 당분간은 공단말기를 구입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이 공단말기 공급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어 대형마트 등 새로운 유통망에서도 판매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중고 단말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을 직접 구입하기 때문에 통신사의 보조금과 약정이 사라져 휴대폰 판매가격은 투명해지고 저렴해질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이용했을 때는 요금제 할인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 공기계만 있으면 유심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난의 우려가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통위는 사전에 이동전화단말기 식별번호(IMEI)를 등록해 도난 신고가 들어올 경우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은 3년 내 최대 20% 정도가 블랙리스트 제도를 이용해 가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제도를 이용하면 품질 보장이 어려운 만큼 프리미엄 폰을 선호하는 한국 시장 특성상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KT는 블랙리스트 제도 이용자들을 위한 '올레 심플'(SIMple) 서비스 요금제를 내놨다. '심플 충전'은 선불요금제로 최소 2천원에서 5만원까지 충전한 만큼 사용할 수 있으며 가입비나 기본료, 약정기간이 없다. 3만원, 4만원과 5만원 충전시 올레모바일끼리 음성통화 100분과 200분을 각각 제공해 월 1만천원의 표준요금 대비 최대 73%까지 요금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심플 적립'은 유심만으로 중고폰 없이 일반 후불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매월 납부하는 통화 요금의 20%를 최대 15만원 한도 내에서 적립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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