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힘없이 학교에서 돌아온 막내놈이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진다. '참 힘들겠구나'하면서도 '벌써 자면 되냐'는 말이 입에서 맴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고 외치던 TV 공익광고의 메시지를 떠올려 보지만 현실과 이상과 다르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만다. 대다수 학부모는 나와 달리 학부모가 아니라 부모의 모습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 연말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안으로 학교폭력 근절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각종 대책이 발표되었다. 그럼에도 학교폭력은 끊이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다. 교육당국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학교폭력이 뿌리뽑힐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생, 학부모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학생들은 올바른 인권의식을 가져야 한다. '너도 소중한 존재'라는 간단한 인식만이라도 정립된다면 남을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장난이 상대방에게는 피해요, 더 나아가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갖추어진다면 학교폭력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나만의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생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같은 생각은 자신의 아이가 생활하는 사회 공간 속에서 보다 바르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가정은 아이들의 안전한 보금자리고, 부모는 자녀의 든든한 후원자다. 따라서 아이들이 가장 힘들 때 부모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생명을 잇게 하는 밧줄일 수 있으며, 그러한 밧줄을 보낼 수 없는 관계라면 매우 불행한 가정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자신의 자녀 모습만 보지 말고 그 아이가 생활하는 학교를 그려보면서 자녀에게 밧줄을 건넬 수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생명의 밧줄일 것이다.
'내일이 없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피해학생 옆에는 분명 다른 학생들이 있었을 텐데…. 그러한 외침을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이 생활하며 웃음이 넘치는 학교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태헌 대구시교육청 생활지도담당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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