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연장됐고, 그 외 모든 과학적 산물의 수명은 짧아졌다. 생산 라인, 신기술, 신이론뿐만 아니라 생활 속 유머의 수명조차 짧아졌다. 오늘의 첨단 기술이 내일이면 구닥다리가 되는 형국이다. 이런 현상은 첨단 분야일수록 더 빨리 진행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흔히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말하지만, 이것이 좋은 대책은 아니다. 모든 근로자의 정규직화, 정리해고의 철폐가 좋은 제도가 되려면, 현재의 기술과 공장 라인의 수명이 상당한 기간 유지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오늘 생산 중인 공장 라인이 내일이면 고물이 되고, 오늘의 기술이 내일이면 쓸모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한 번 배운 기술, 한 번 들여놓은 장비로 10년, 20년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휴대폰 산업의 선봉이었던 노키아의 침체, 마이마이 카세트로 세계시장을 휩쓸었던 소니의 불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업은 변신을 거듭해야 하고, 모든 근로자의 정규직화, 정리해고 철폐는 효과적인 변신에 장애가 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단추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에는 해고의 융통성을 주고, 근로자에게는 실업급여, 재교육과 재취업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된다.
과학기술 발달과 함께 앞으로는 비정규직이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짧은 기간 특정 기업 혹은 특정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직업군이 대거 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적 재능으로 무장한 이들 비정규직은 2, 3년 정도 상당히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1년 정도 휴식과 재충전 기간을 가진 뒤, 또 다른 첨단 분야에 종사할 것이다. 이에 반해 한 번 배운 기술, 한 번 치른 입사 시험으로 평생 엇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은 '안정되나 박한 월급' 속에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 직군의 대명사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고액 연봉의 프로야구 선수, 한 편의 영화를 위해 헤쳐 모이는 배우들과 감독들,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 입시 학원가의 스타 강사들…. 이들 모두는 고급 비정규직이다. 고급 비정규직의 반열에 드느냐, 하급 정규직으로 남느냐가 머지않은 장래의 고민일 것이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조두진 문화부차장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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