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아삭한 배추와 매콤한 고추가 만나서 숙성이라는 지독한 연애를 거쳐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사랑의 맛으로 무르익은 것이 김치다. 천생연분의 배추와 고추가 만난 것이다. 그 만남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설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래된 것은 불과 300년 전 즈음이다. 기존의 김치에 외래로부터 들어온 고추가 가미됨으로써 우리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지금의 김치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 김치는 다시 외국으로 나가 세계인의 입맛을 매혹시키는 한국만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마저도 우리의 것과 외래의 것이 만나 새롭게 우리의 것이 된 재창조의 결과물인 것이다.
팝은 서구로부터 들어온 대중음악이다. 그 서구의 음악이 한국에 들어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대중음악과 어우러져 한국만의 독특한 음악으로 재창조된 것이 현재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K-POP이다.
아파트는 입식 주거를 기본으로 하는 서구의 주거 형태다. 이 이질적인 주거 형태는 좌식 주거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온돌 문화와 만나 또다시 한국만의 독특한 아파트 형태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재창조된 한국식 아파트 문화는 추위가 심한 나라로 역수출되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 애오라지 독창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문명, 종교, 언어, 예술, 건축 등 인류가 이루어 놓은 역사적 산물의 모든 것이 서로 다른 것들의 만남으로부터 창조된 것들이다. 인종 또한 독자적인 하나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온 종족은 없다. 단언컨대 인류의 모든 역사는 다문화의 역사다. 우리의 일상생활 또한 다문화의 연속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침대, 간단하게 먹는 아침식사, 출근할 때 입는 옷, 현관에서 가족과 나누는 뽀뽀, 회사까지 타고 가는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나 사무기기, 점심때 먹는 피자나 중국요리, 즐겨 마시는 커피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다문화적 산물이 아닌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심지어 서로 다른 가풍의 남녀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사는 것도 다문화다.
다문화, 이것은 결코 동남아에서 이주한 여성이나 노동자에게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포용하고 동화시켜서 당면 문제만 해결하는 수동적 의미가 아니다. 다문화는 인류의 역사이며 우리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사회의 발전을 견인하고 끊임없는 재창조를 위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만남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없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문화 문제도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 병 동 CF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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