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경쟁과 성적 만능주의, 부모의 불화나 가정 폭력에 시달린 청소년들이 집을 등지고 거리로 숨어들고 있다. 반면 위기의 가정을 극복하고 가족의 따뜻함을 되찾은 가정도 적지 않다. 자녀에 대한 배려와 이해, 열린 마음은 가정 위기 해결의 '키워드'였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 문제와 애써 수렁에서 벗어난 가정을 살펴본다.
◆가출 청소년들과 하룻밤
가출 청소년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가출'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몇 곳에 "함께 가출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써놓고 기다렸더니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금방 연락이 왔다. 가출한 지 3주가 됐다는 김동주(가명'17) 군이었다.
대구 동성로의 한 PC방에서 만난 김 군과 이민호(가명'17) 군의 모습은 노숙인처럼 형편없었다.
기자 신분을 밝힌 뒤 동행을 요청했다. 잠시 망설이던 아이들은 "일단 밥이나 먹자"는 말에 흔쾌히 따라나섰다. "다른 가출 청소년 2명과 함께 원룸에서 생활하다가 2명이 떠나고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원룸에서 쫓겨났어요. 이틀 전부터 PC방을 전전하고 있죠."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주말에는 가출한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가요. 술집에 들어가려면 말끔한 옷을 입어야 되거든요." 이들이 향한 곳은 동성로에 있는 한 실내게임장.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게임장은 김 군의 또래들로 북적였다. 김 군은 "많은 가출 청소년이 이곳에 모여 친구를 사귄다"며 "따로 약속을 정하는 것은 아니고 즉흥적으로 만나서 함께 술을 마시러 간다"고 했다.
친구들과 만나지 못한 두 아이는 이날 밤을 어디서 보낼지 고민하다 다시 PC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후 10시,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아무도 제지하거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다.
다음날 오전 3시까지 게임을 즐기던 아이들은 대구역 근처 한 찜질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군은 "가출한 친구들끼리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는 찜질방이나 PC방 정보를 공유한다"고 했다. 김 군과 이 군은 오후 1시가 되자 다시 여행가방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가정 파괴가 아이를 내몬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최근 발행한 '가출청소년 가정복귀 지원을 위한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친부모와 함께 사는 가출 청소년은 24.2%에 불과했다. 반면 한부모 가정이 49.9%로 절반 가까이 됐고 조부모나 친척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26%였다. 청소년 가출이 많은 한부모 가정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구시내 한부모 가정은 2005년 2천475가구에서 지난해 5천455가구로 배 이상 증가했다.
가출은 반복된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조사에서도 응답자 873명 중 31.9%가 10번 이상 가출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4~9번 가출한 청소년도 27.3%에 이르렀다.
달서구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민수(가명'18) 군도 가출한 경험이 10번이 넘는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을 나온 강 군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숙식을 제공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일당을 받아 여관에서 잤다. 돈이 없을 땐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노숙도 했다. 강 군은 "가출로 답답한 마음을 해소됐다는 기분이 들고 나면 조금만 견디기 힘들어도 집을 나가게 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김정옥 생활복지주거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부모가 과잉개입하면 반발심이 생길 수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단절되지 않도록 대화를 많이 하고 학교에서는 운동이나 문화, 예술, 봉사활동 등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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