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잡] 북구 동천동주민센터-팔공산 양지마을 '비원정'

꽃동산 보며 홈메이드 장아찌 먹으면 '봄의 맛'

팔공산에는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 자락마다 팔공산의 비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음식점은 한결같이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그래서 팔공산 자락의 식당을 찾을 때마다 늘 기분이 좋아진다. 팔공산 양지마을에 자리 잡은 '비원정'은 이름처럼 정원이 아름답다. 북구 동천동주민센터 김현옥 동장은 "동명지가 내려다보이는 경치에 취하고, 정원의 아름다움과 토속음식의 맛에 반하는 곳"이라며 적극 추천한다.

동명지를 휘돌아 양지마을로 들어가면 마을 끝에 '비원정'이 있다. 아래채 마당에 차를 세운 후 본채로 들어가는 길이 이채롭다. 대나무 숲 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본채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정원의 풍광에 눈길이 쏠린다. 넓은 마당에는 온통 화려한 꽃밭이다. 식사하러 왔다는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고 정원의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학적인 표정을 한 옹기가 손님을 반기고 깨진 기와조각에 자리 잡은 들풀은 저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비원정의 주변은 소나무와 대나무, 흰색 분홍색의 화려한 꽃 잔디가 어울려 마치 작은 꽃동산 같다. 비원정의 아름다운 정원에는 일 년 내내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에는 이곳에서 야생화 축제도 했다.

본채보다는 마당 곳곳에 있는 방갈로에 자리 잡았다. 넓은 유리창을 통해 멋진 동명지가 내려다보인다. 자리에 앉자마자 곧 식사가 나온다. 밑반찬이 한결같이 맛깔스럽다. 주인의 정성이 듬뿍 담겼다. 비원정 정옥연 대표는 "처음엔 한정식으로 시작했지만, 이듬해부터 팔공산의 대표음식인 오리고기 전문점으로 변신했다"며 "최고의 재료를 엄선하여 만든 토속음식"이라고 소개한다. 대표음식은 역시 약선 오리백숙과 수육이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10여 가지의 장아찌가 맛깔스럽다. 정옥연 대표가 직접 담근 장아찌는 시금치, 가지, 콩잎, 양파, 두릅 등 제철에 나는 채소로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 주방에서 1시간 동안 푹 끓여서 나온 약선 오리백숙은 14가지 한방약재 덕분에 갈색으로 변했다.

정 대표는 "처음엔 좀 싱거운 듯하지만, 본래의 맛 그대로 드시면 훨씬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동천동주민센터 이호태 총괄 주무는 "국물에서 기분 좋은 한약재 냄새가 솔솔 풍긴다"며 "오리고기가 쫄깃한데다 시원한 한방 국물이 정말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이 마을 출신인 배상운 사회복지팀장은 오랜 단골답게 "언제나 다른 집과 차별된 맛을 보여주는 집"이라며 "백숙은 속이 시원한 맛, 수육은 양념과 잘 어울려 입맛을 확 당기는 맛이 일품"이라고 평가한다.

김현옥 동장은 "모두가 자연식이라서 좋다"며 "약간 싱거운 듯하면 양파 장아찌와 콩잎 장아찌를 곁들여 먹으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병무 민방위 담당은 "한방 국물을 먹으니 숙취가 시원하게 풀려서 정말 좋다"고 말한다. 정전표 서무 담당도 "담백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백숙과 함께 나온 찰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 맛도 일품"이라고 고감을 밝힌다.

약선 오리백숙과 함께 나온 찰밥은 요리할 때 오리 뱃속에 들어있던 밥이다. 호박씨와 흑깨, 은행, 녹두, 대추 등이 어울린 영양찰밥이다. 다양한 양념에다 콩나물, 부추, 양파 등으로 만든 오리수육도 입맛을 확 당긴다. 새내기인 이미선 주무관은 "수육의 맛깔스런 담백함이 좋고, 각종 씨앗이 들어있는 찰밥 맛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수육과 함께 나온 강황 돌솥밥의 노란 색깔이 이채롭다. 그 색에 이끌려 너도나도 맛을 본다.

정 대표는 "강황으로 만든 카레를 먹는 인도인들은 암 발병률이 낮다"며 건강식으로 만든 강황 돌솥밥의 효능을 설명한다. 식사 마무리는 메밀차다. 메밀차 한 잔으로 입안이 금세 깔끔해진다. 모두 "분위기 좋은 곳에서 멋진 경치를 보면서 맛깔스런 식사를 하니 정말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한다.

요즘엔 아들 근동(27) 씨가 음식수업을 하고 있다. 약선 오리백숙과 약선 오리수육, 오리훈제, 약선 한방 닭백숙은 각각 4만원(3, 4인 기준)이다. 인삼 오리전골은 4만원(대), 2만5천원(소) 이다. 평일에 하는 곤드레 건강 정식은 1만원이다. 오리백숙은 요리시간이 1시간 이상 걸려 최소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 054)976-8891.

##추천 메뉴-오낙 불고기

오리주물럭 위 큼직한 낙지 한 마리…나중엔 볶음밥까지

오징어와 낙지? 노(NO)! 오리고기와 낙지의 이색적인 만남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오리주물럭에 낙지가 추가된 구성이다. 언뜻 생각하면 궁합이 잘 맞지 않을 것 같지만, 뜻밖에 특별한 맛이다. 오리고기의 감칠맛과 바다의 신선함을 지닌 낙지가 만나 묘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과일즙과 양파즙으로 양념한 오리주물럭은 잡냄새가 전혀 없다. 약간 매콤하지만, 끝없이 입맛을 당긴다. 남은 양념에 강황밥으로 만든 볶음밥은 특미다. 홍합, 오징어, 부추, 김, 파 등이 잘 어우러져 깊은맛을 내는 '컬러풀 볶음밥'이다. 정옥연 대표는 "강황 볶음밥 맛을 못 잊어 단골이 된 손님도 있다"고 했다.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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