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73)] 트로트 고고 이끈 남성보컬(상)

1970년대 전성시대…차중락'김훈 등이 주도

일본의 음악 웹진과 인터뷰를 한 일이 있다. '아시아 록 라이징'이라는 이름의 웹진은 아시아 여러 국가의 록 음반 및 자료를 수집하고 영미권에 소개하는 일을 하는데 한국 록음악 특집을 준비하면서 인터뷰 요청을 해 왔다. 이들은 이미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장르도 세분화해 두었는데 이 가운데 '록뽕'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등장했던 트로트와 록의 동거로 탄생된 스타일을 규정하는 말인데 한국에서는 트로트 고고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장르다. 인터뷰어는 자신들이 만든 말이 아니라 1990년대 조용필을 소개한 영국의 음악잡지에서 사용한 말이란다. 우리 입장에서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지만 비하한 표현이 아니니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도 정확한 규정은 아니니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트로트 고고의 시작은 1975년, 긴급조치 9호와 대마초 파동으로 록밴드들이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사생아쯤으로 여긴다. 이 시기 록밴드 출신의 남성들이 일반 가요계에 대거 등장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틀린 말도 아니겠지만 트로트 고고의 시작을 이 시기로 보는 것은 잘못된 듯하다. 이전 록밴드들이 발표한 창작곡에도 트로트의 요소가 상당 부분 들어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트로트 고고의 전성시대는 밴드를 떠난 남성 보컬리스트들의 전성시대로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록밴드에서 솔로로 전향해 인기를 누린 경우는 1960년대 말부터 나타난다. 키보이스 출신의 차중락이 '사랑의 종말'과 '낙엽 따라 가 버린 사랑'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역시 키보이스 출신의 윤항기가 솔로로 전향해 큰 인기를 누린다. 두 사람의 성공에 고무되었는지 신중현 밴드나 히식스에서 활동했던 보컬리스트들이 솔로로 나서지만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오히려 기존의 밴드 진용으로 대중적인 곡을 발표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영사운드의 '달무리'나 딕훼밀리의 '나는 못난이', 데블스의 '그리운 건 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1976년 발표된 한 장의 앨범은 수많은 록밴드를 자극하게 된다. 그룹 '앳키스'와 '김트리오'(타악 연주자 김대환의 팀으로 '연안부두'를 부른 김트리오와는 다른 팀) 출신 조용필의 솔로 데뷔 앨범이 공개된 것이다. 앨범에 수록된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스매쉬히트를 기록하게 되고 뒤를 이어 트리퍼스 출신의 김훈도 솔로로 인기를 얻게 된다. 김훈의 솔로 앨범은 조용필보다 빨랐지만 밴드 활동에 열중이었고 '나를 두고 아리랑'도 발표 시기보다 늦게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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