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성달의 문화 톺아보기]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에게 바란다

안동 동부동에 들어서고 있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에 안동영상미디어센터 김준한 이사장이 선임됐다. 말도 많았지만 경상북도가 김준한 이사장을 선택한 것은 전문가에 의한 제대로 된 경북문화콘텐츠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가야문화권과 유교문화권, 신라문화권 등 이른바 3대 문화권으로 재편해 정체성과 혼을 콘텐츠 차원에서 정립해야 하는 경북도의 입장에서는 EBS 국장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략본부장을 역임하고 고향 안동으로 돌아와 문화산업으로 먹고 살 길을 보여준 그의 역량이 필요했다.

그의 관점과 도전이 이제야 평가받은 것이지만 그간 그의 문화적 실험은 곡예사의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사모'와 '락-나라를 아느냐'가 대한민국 최초의 장소성 콘텐츠 실경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여 교과서에 실리는 업적을 남기고도 콘텐츠의 무형적 성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로부터 예산 까먹기 타령에 휘말리기 일쑤였다.

예산 부족으로 상영 시간이 26분밖에 되지 않은 짧은 애니매이션 영화 '엄마 까투리'가 아이들의 동심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역 현실과 동떨어진 문화 환상주의를 퍼뜨린다는 날선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런 몰이해 속에서도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은 끝까지 그의 전략을 믿고 따른 절대적 후원자들과 안동영상미디어센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질적으로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해보는 이들이 그가 주창하는 문화적 외침을 쓸데없는 짓거리로 폄훼하여 휘청거리게 만들 때도 그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은 끈질기게 그를 변호하며 방어했다. 그것이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되는 길이라며 그들을 설득했다.

다른 한편 그의 진정성은 일로써 호평 받을만 했다. 지금도 미디어센터는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건물로 유명하다. 젊은 문화일꾼들의 꿈 저장고이며 희망제작소로 자리매김했다. 이것만으로도 김준한의 존재가치는 충분하게 증명된 것이 아닐까?

이제 그는 더 큰 꿈을 이야기할 것이다. 지역 문화판에 몸을 던져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고 이곳에서 배우고 익혀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 그에게 던져진 숙명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맡겼으면 믿어야 하고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도록 여건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안동시 역사기록관'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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