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쯤으로 기억된다. 아침에 출근해 상담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방문했다. 상담내용은 이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주민등록번호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주머니는 해가 바뀌어 역술인에게 운세를 보러갔는데, 집안 식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다 적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군에 입대한 아들의 운세를 역술인이 보다가 하는 말이, 아들의 주민등록번호 끝자리 두수의 합이 9자로 끝나 이대로 두면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액운을 누르는 행운의 숫자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많은 돈을 주고 행운의 비밀번호를 받았는데, 실제로 그런 것이 있는지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지금도 가끔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자식을 군에 보내고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은 잘 알겠으나, 속인 사람보다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는 말은 이 아주머니의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 당시 백령도에서 피격된 천안함도 번호가 772함으로 끝 번호 7과 2를 더하면 9가 되었고, 혼사를 할 때도 신랑이나 신부의 나이 끝수가 9가 될 때는 아홉 수라하여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믿었다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는 사람의 운세를 점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1968년에 간첩 식별과 국민관리의 편의를 목적으로 주민증을 발급하면서 식별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처음에는 12자리였으나 그 뒤에 13자리로 바뀌었다. 한 예로 최초의 주민번호 1번은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었으며, 끝번이 9가 아닌데도 부하인 김재규에게 피격 당하는 최악의 화를 입었다.
현대인들은 숫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각종 전화번호와 차량번호, 통장번호, 아파트 동 호수, 비밀번호, 공무원 고유번호, 군번과 총기번호, 학생증번호 등 한 사람이 수십 개 이상의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어느 한 개의 고유번호라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역술인이나 점술가를 만나면, 속된 말로 밥이 되고 만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耳懸鈴鼻懸鈴)라는 말이다.
작명소에서도 숫자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기도 한다. 특히 이름에 취용된 한자의 모든 획수를 합하여 '원형이정'(元亨利貞'사물의 근본 원리)이라고 말한다. 길수와 흉수로 나눠보면 남자는 21, 23, 24, 31, 35 등을 길수라 하고 19, 22, 28, 30, 34의 수를 흉수라 하여 불구, 형액, 폐망, 단명 한다고 일컫는다. 여자는 25, 31, 33, 35, 38, 45를 길수라 하고, 19, 20, 21, 23, 27, 30, 34 등의 수를 복이 없고 부부이별하며, 병고와 횡액을 당한다고 하여 흉수라 단정 짓고 있다. 이러한 숫자작명법이 생긴 것은 이름을 작명하는 일부 작명사들이 한자의 제자원리를 모르는 것에서 기인한 것 같다.
중국의 한자는 육서(六書)의 법칙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재 사용하는 한자의 80%가 뜻과 소리를 나타내는 두 개 이상의 문자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형성(形聲)이며, 가장 진보한 한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0년 전에 발행된 한자사전 옥편(玉篇)을 보면 한자의 획수가 적혀 있지 않고 부수만 적혀 있다. 물론 중국 현지의 사전에도 획수는 없다. 한자는 획수 문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한국과 일본에서 한자를 쉽게 찾도록 획수를 달아놓았을 뿐이다. 숫자는 성적이나 순위를 나타낼 때에는 1, 2의 수가 좋을 것이고, 금전적인 여유로운 수와 행복지수는 9와 0 같은 만수(滿數)가 행운의 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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