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비슬산에는 진달래가 한창이다. 진달래는 참꽃이다.
참꽃 축제가 열리는 비슬산을 다녀오면서 봄이 오면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전설이 얽혀 있고 또 우리들의 따뜻한 정감이 서려 있는 진달래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진달래꽃은 강인한 생명력과 봄을 알리는 봄꽃의 대명사다. 연분홍빛 화색으로 인해 수줍은 새색시로 비유되기도 하고 바위틈에 숨은 듯 피어나는 한 많은 여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진달래를 꺾고 엮고 담고 하던 꽃놀이를 생각한다. 이런 사실에 주목해보면 현대의 플라워디자인의 역사도 어김없이 이런 놀이에서 시작됐음을 발견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그 옛날, 뒷동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머슴애들은 꽃을 꺾기 위해 온 산을 헤맨다. 진달래 꽃가지는 꺾기가 쉬워 그 나뭇짐 위에는 저마다 한 아름씩의 진달래꽃이 덤으로 얹혀온다.
진달래꽃은 또 나물 캐는 처녀들의 바구니에 담겨오기도 하고 화전놀이에서 돌아오는 부녀자들의 머리에 꽂히고 손에 쥐여 오기도 한다. 또 진달래꽃으로 꽃방망이를 만들기도 한다. 진달래꽃을 가지째 꺾어 꽃과 가지를 같은 방향으로 가지런히 하여 가지 쪽을 묶으면 예쁜 꽃방망이가 된다. '여의화봉'이라고 했다. 이 꽃방망이로 과거 공부하는 선비의 머리를 치면 과거에 붙고 기생의 등을 치면 기생이 정을 준다고 했다.
선물하고, 남은 진달래를 화병에 꽂고, 어떤 정리된 모양을 만들어보면 플라워 디자인의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처녀들의 바구니에 담긴 꽃이 플라워 바스켓이라면 부녀자들의 머리에 꽂는 것은 보디 플라워. 손에 쥐는 것을 부케, 항아리에 가득 꽂힌 병화는 바로 플라워 어랜지먼트다.
옛날의 진달래가 주는 감흥과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진달래는 어떤 각도로 변해왔을까. 화전을 만들긴 해도 재현하는 데 불과하고 두견주가 있으나 미미하다. 하지만 쓰임새 부분에서는 플라워디자인의 소재로 뺄 수 없는 것이 또한 진달래꽃이다. 연두색의 어린잎도 나면서 동양 꽃꽂이의 주된 선으로 인기가 높다. 그리고 연한 회색의 줄기는 컬러도 좋고 질감도 독특해서 유러피언 프레임 짜는 데 아주 적격이다. 예전의 그 사연들이 있는 꽃이 현대에는 이렇게 쓰이는 줄 진달래가 알고는 있는지.
"바위고개 핀 꽃 진달래꽃은/ 우리 님이 즐겨 즐겨 꺾어 주던 꽃/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님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린 이흥렬이 작사'작곡한 '바위고개'의 부분이다. 만개한 비슬산 정상의 참꽃 군락지를 걸으면서 흥얼거렸던 이 노래에는 애잔한 조국의 비애와 향수가 실려 있다.
진달래는 아이들 손에 꺾이면서, 나무꾼의 낫에 베이면서도 끈질기게 피어난다. 수없는 외침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 겨레의 정신을 닮은 꽃이다. 이것이 바로 찬란한 이 봄에 비슬산 참꽃 군락지를 찾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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