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의원은 새누리당의 '실세'다.
4'11 총선 공천과정에서 최 의원은 4년 전의 이재오 의원을 능가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일었고 급기야 '최재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5'1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와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새로운 당 지도부를 내정했다는 '당권 리스트'가 외부에 유출되자 이를 작성한 당사자로 언론에 지목되면서 친박계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비쳤고 급기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경고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박 위원장의 경고성 질책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은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계(친박근혜 비대위원장) 핵심이라는 점에서, 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는 최측근 그룹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실세로 꼽힌다. 그가 이번에는 당대표든 원내대표든 혹은 최고위원이든 선출직에는 출마하지 않지만 그가 향후 전개될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그가 한동안 '박 위원장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박 위원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전달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그는 자신의 향후 역할에 대해 "연말 대선에서 박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정치적 목표도 없으며 어떤 역할이라도 주어진다면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부산 출신 서병수 의원이 황급하게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했음에도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소문으로 떠돌던 '리스트'는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 의원을 직접 만나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소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 톤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실체도 없는 것을 가지고 마치 기정사실인 양하고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아합니다. 제가 주도했다는 서울 강남의 모 호텔 모임 자체가 없었고 저는 간 적이 없습니다. 제가 참석해서 명단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박 위원장께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당의 단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리스트의 존재뿐만 아니라 모임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당의 중대사를 앞두고 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친박계가 당을 이끌 전략과 당 지도부에 대한 구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재차 묻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발언하느냐에 따라 자칫 다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천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총선 직후부터 공개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최근 언론은 저를 '최재오'라고 한다. 공천권을 좌지우지했다고…. 정말 '카더라' 통신이다. 거짓말이다. 저는 선거 두 달 전부터 지역에서 살았다. 측근이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과 폐해를 잘 안다. 절대 진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혹시라도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오해를 받을까 봐 이번에는 공천 전에 '보따리 싸서' 지역구에 내려가 있었다"며 공천 개입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18대 때는 표적을 정해놓고 학살공천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컷오프에 걸린 현역을 예외 없이 탈락시키고 TK지역과 강남벨트 등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 대해서는 20% 전략공천 룰을 지켰다"며 "이번 공천은 18대 때와는 완전히 다른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 자기들이 그렇게 했으니까 우리도(친박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악의적인 음해일뿐"이라고 반박했다.
제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포항남 울릉) 공천의 배후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강하게 해명했다. 경북도당위원장으로서 여러 차례 포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대통령의 친형이 24년간 관리한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 정서를 감안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 자신은 김 당선자의 공천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김 당선자 공천은 공직후보자추천위에 직접 참여한 현기환 의원 등 다른 친박계 인사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최 의원이 대선과정에서 사실상 친박계를 이끄는 '2인자' 혹은 좌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평가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거 역대 지도자들은 대체로 2인자를 둬서 관리를 하는 것이 익숙한데 박 위원장은 그런 '용인술'을 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는데 여기는 유승민 의원, 다른 부분은 최경환을 기용하는 식입니다. 그것을 오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친박 핵심인 유 의원이 자신을 겨냥한 듯이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유 의원도 박 위원장에 대한 충정에서 말한 것이지 누구를 겨냥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고 소통도 잘하고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우리 모두)다 갖고 있는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는 당내 비박(非朴) 주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에 대해서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반대하는 친박계 내부 분위기를 대변했다.
"민주정당에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원하지도 않는 사람을 떠밀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도록 해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비전을 가지고 경쟁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경선 룰을 바꾸자면서 공격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맞지 않는 일입니다."
최 의원은 국민들의 관심과 흥행을 위해서라도 양보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에 "당내 경선을 하는 것은 우리 후보의 경쟁력을 높여서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서로 이전투구하고 삿대질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경선 룰 변경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 위원장이 대선 도전을 공식화하는 시점에 대해 측근 인사로서의 의견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대표하기 때문에 당의 지원을 받아왔지만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주자로서 활동하게 되면 박 위원장을 서포트(지원)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2월 대선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 출마 선언과 더불어 곧바로 대선을 준비할 캠프를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의원이 대선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하게 될 사무총장을 맡게 될지 아니면 박 위원장의 대선조직인 캠프에서 역할을 맡을지 혹은 3선 의원으로서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외곽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 의원에 대한 박 위원장의 변함 없는 신뢰를 감안하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이 8월에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고 "이번 대선은 편법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치러져서는 안 될 뿐 아니라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생각"이라는 그의 말을 곰곰 되짚어보면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당 살림을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상임위원장이든, 국회직이든 누가 적임이겠다라는 컨센선스가 이뤄진다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며 "자리를 맡고 안 맡고를 떠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역할 외에는 자리에 대한 욕심은 비워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장점보다는)부족한 것이 더 많은 사람"이라며 겸손하게 표현했다. 정치권에서는 최 의원의 최대 장점을 성실함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친박계 핵심이었지만 그는 친이계가 득세한 지난 4년간 새누리당 수석정조위원장에 이어 지식경제부장관에 발탁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위원장 사이의 메신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인가 그는 "이 정권이 어느 정도 성공해야 그 바탕 위에서 (박 위원장의) 집권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고 이 정권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정권 재창출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정권과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경부 장관으로 일한 경력에 대해 "스스로 원했던 장관직은 아니었지만 (친박계인)나를 배려한 것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장관직 수행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주변에서 많이 도와준데다 운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경제민주화의 걸림돌로 자신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장관으로 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고 SSM 규제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서는 등 경제민주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포스트 박근혜' 시대를 겨냥, 몸집을 불리고 정치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기대주로서 대선과정은 물론이고 대선 이후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12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에 온 힘을 다할 뿐, 12월 이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대선 후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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