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은 시장 경제의 동맥이다.
일정 경제권은 자본에 의한 소비-투자-생산의 유기적 순환 구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러나 지방 경제는 왜곡된 자본 순환 구조에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
가난한 지방경제가 부자 수도권경제로 돈을 퍼 나르는 모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이다. 지방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독점하는 왜곡된 자본 순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만약 대구경북의 자본 유출 구조를 소비-투자-생산의 순환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어떤 파급효과가 발생할까. 대구경북연구원 분석 결과 생산, 부가가치, 고용유발 효과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 유출의 악순환
대기업에 의한 수도권 자본 독점은 단순한 자금 유출을 넘어 지방경제의 생산 및 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센터가 작성한 '대형마트 진출이 지역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는 대형마트 3개가 늘어날 경우 중소유통업 연매출은 1천853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전통시장 9.4개에 해당하는 매출이다.
보고서는 또 대형마트 출점은 유통업 실직을 부른다고 지적한다. 지난 2005년 대형마트 신규 출점으로 인한 신규 고용은 1만8천800여 명인 데 비해 같은 기간 전통시장 고용 감소는 2만6천여 명에 달했다.
SSM 역시 지방 자영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통시장은 1천517개로 2003년에 비해 178개(10.5%)가 사라진 반면 SSM은 234개에서 928개(396%)로 늘어났다. 전통시장 매출은 36조원에서 24조원으로 급감했으나 SSM 매출은 2조6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급증했다.
대구 역시 대형마트와 SSM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1만 명에 달했던 대구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만3천 명까지 감소했다. 대구 전통시장 점포 수는 2005년 1만7천983개에서 2010년 기준 1만4천775개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2012년 현재 대구 대형마트와 SSM은 각각 20개와 37개까지 급증하며 사상 최대 매출 행진을 해마다 거듭하고 있다.
◆자본 유출에서 순환으로
매일신문과 대구경북연구원은 금융 부문을 기준으로 자금 선순환 효과를 분석했다.
1970년대 이후 지역 금융 자금의 외부 유출액(매일신문 4월 30일자 1'3면 보도)은 누적 금액 기준으로 대구 21조5천290억원, 경북 28조2천380억원 수준이다. 만약 지금까지 외부로 유출된 자금이 지역에서 돌았다면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왔을까?
대구경북연구원 이춘근 일자리창출 및 지역산업활성화 본부장은 한국은행의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해 그 효과를 분석했다.
먼저 대구 외부 유출액(21조5천290억원)의 내부 순환 효과는 생산유발 증가 36조5천570억원, 부가가치 유발 증가 20조2천540억원, 고용유발 증가 26만7천600명 등으로 추정됐다. 지역별 생산유발 증가액은 대구 30조6천600억원(83.9%), 수도권 3조6천880억원(10.1%), 경북권 5천600억원(1.5%), 기타권 1조6천400억원(4.5%)으로 분석됐다.
또 경북 외부 유출액(28조2천380억원)의 내부 순환 효과는 생산유발 증가 48조3천900억원, 부가가치 유발 증가 26조2천910억원, 고용유발 증가가 38만700명 등으로 추정됐다. 지역별 생산유발 증가액은 경북 37조170억원(76.5%), 수도권 4조6천100억원(9.5%), 대구 4조5천300억원(9.4%), 기타권 2조2천293억원(4.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 순환에 따른 대구 부가가치유발 증가액은 2010년 대구지역 지역내총생산(GRDP) 36조3천74억원의 55.8%, 경북 부가가치유발 증가액은 경북 GRDP 79조4천438억원의 33.1%에 해당한다.
이춘근 본부장은 "통계자료의 한계로 대형마트 매출, 지역 학생들의 수도권 진학, 지역민들의 수도권 병원 이용 등 다양한 실물 부문에서의 유출 효과나 중앙정부의 국고금 지원에 따른 유입 효과는 배제한 결과지만 자본 유출에 따른 폐해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외부로 유출되는 자금이 내부에서 순환될 경우 지역경제 재도약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역 주민에 의한 지역만들기 사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강화, 생산자단체가 운영하는 농산물판매장 확대 건립,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 자금 순환 구조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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