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분당(分黨) 수순을 밟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선거의 책임 소재를 두고 당권파가 당내 비주류의 사퇴 요구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당 운영위원회는 5일 경선 부정 파문의 책임을 물어 공동대표단과 비례대표 당선자 모두(14명)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수습책을 내놨다. 비당권파인 국민참여당 출신의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가 당직 선거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당직자를 사퇴시키면 되지만 공직 선거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비례대표 전체가 사퇴하는 게 합당하다"며 "비례대표 후보의 사퇴로 비례 의석이 6석에서 5석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벌을 자청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정희 공동대표는 7일 오전 대표단 회의에서 "운영위에서 발의된 지도부'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권고안은 진상조사위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기초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철저한 재조사를 요구하며 보고서 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황을 이 지경까지 오게 한데 대해 저 스스로도 매일 채찍질한다"고 사과하면서도 "현장 투표에서 묶음투표가 있었다는 것, 무효가 된 선거인명부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은 매우 뚜렷해 보이지만 실제로 파헤쳐져야 했던 무효표로 처리된 조직적 의혹이 먼저 밝혀지지 않았다"고 거듭 진상조사 보고서를 문제삼았다.
또 청년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당선된 비례대표 3번 김재연 후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년비례 사퇴를 권고한 전국운영위의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며 "정정당당하고 합법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해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밝혔다. 김 당선자는 당권파다.
당권파는 나아가 당의 부정선거 진상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역공에 나서고 있다. 당권파 측 관계자는 "이미 진상 조사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비당권파 역시 이를 인정했다"며 "'정치적 희생양'을 찾기 위해 이정희 대표와 비례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격했다.
정치권에선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진보당이 결국 분당의 길을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일로 예정된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사태 수습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결국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유 공동대표는 "분당 가능성은 전혀 없다. 국민이 10%를 넘는 지지를 보여준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당한다는 건 민의에 반하는 일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분당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당직자는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의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이 자기 조직 논리에 빠져서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으면서도 자기주장만 반복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당을 운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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