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사랑, 지역소비] ④합리적 소비에서 지역 위한 소비로

편하다고 마트 가면 돈도 서울로…지역생산품 직거래 장터 늘리자

지역 소비운동의 하나로 생협과 직거래 장터 활성화가 주목받고 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icoop 대구행복생협 매장.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역 소비운동의 하나로 생협과 직거래 장터 활성화가 주목받고 있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icoop 대구행복생협 매장.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까르푸는 지난 2008년 8월 스위스에서 12개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세계 2위, 유럽 1위의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스위스에서 떠난 이유는 '지역 소비 운동' 때문이다.

스위스 유통업계를 이끌고 있는 쿱(Coop)과 미그로스(Migros)가 2002년 스위스에 첫 발을 디딘 까르푸를 상대로 6년간 불매 운동을 펼쳤고, 지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철수 결정을 내린 것.

쿱과 미그로스는 소비자가 주인인 협동조합 회사로 각각 200만, 250만 명의 지역 조합원을 두고 있다. 소비와 판매의 주체가 모두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지역 소비 운동'이 글로벌 유통 공룡의 진출을 막아낸 사례다.

최근 우리 정부가 도입한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 규제도 같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활성화를 통해 생산-판매-소비-투자의 지역 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지역 경제 내실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 소비 운동을 위해서는 소비자 동참이 필수적이다. 쇼핑의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며 '불합리'한 지역 소비를 해야 한다.

◆지역 소비 운동, 이렇게 동참하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월 열린 생협(생활협동조합) 전국대표자 회의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체인의 대안으로 생협 활성화를 강조했다.

생협은 각종 식자재와 생활 용품을 생산자로부터 저렴하게 구입할 목적으로 만든 조직. 김 위원장은 이날 생협 활성화를 위해 조합원 가입 문턱을 낮추고 각종 세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생협 조합원 수는 약 50만 명.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는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원동 icoop 대구행복생협 매장.

이곳을 찾은 신후남(45'여'어린이집 원장) 씨는 "대형마트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며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한지 벌써 3년째"라고 했다. 신 씨는 "생협 매장에 가면 채소, 과일, 쌀부터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까지 웬만한 식음료는 다 구입할 수 있어 마트에 갈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한다"며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도 조합에서 구입한 식료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인다"고 했다.

신 씨가 생협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믿을만한 먹거리'. icoop 생협의 경우 인증센터를 두고 친환경 제품과 생산자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다. 신 씨는 "생협에서 파는 채소들은 텃밭 채소와 유사한 맛이 난다"며 "아이들에게 주는 먹거리인 만큼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생협의 매력 중 하나다. icoop 생협은 160명의 생산자와 계약재배를 통해 제품을 확보하기 때문에 농산물의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조합원에게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

몇년 전부터 활성화되고 있는 직거래장터도 지역 소비 운동의 하나다.

4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직거래장터. 대구경북 각지에서 온 생산자들이 농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팔고 있었다.

대구 동구 조야동에서 3만 여 평 규모로 농사를 짓는 이형성(58) 씨는 부추, 시금치, 열무 등을 가져 왔다. "대형마트에서 1천800원에서 2천원에 팔리는 부추 한 단이 천원이니깐 엄청나게 싼거죠. 유통 마진이 줄어드는 만큼 싸게 팔 수 있어서 손님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시민들도 농특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며 직거래장터를 반겼다. 주부 이정임(52'여) 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30%가량 저렴한 것 같다"며 "지역에서 재배한 농특산물인 만큼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도 직거래 장터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구시 성웅경 경제정책과장은 "대형마트, SSM 강제 휴무제 시행을 맞아 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과 연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직거래장터를 정례화하는 한편 지역에서 생산된 주요 농특산물 및 가공식품에 대한 온라인 소셜몰 구축'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이달부터 11월까지 매주 금요일 두류공원에서 지역 생산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한다.

◆글로컬 시대의 신 경쟁력 '지역 소비 운동'

지금 세계는 국가의 시대(글로벌)에서 지역의 시대(글로컬)로 나아가고 있다.

지역을 위한 소비는 글로컬 시대의 새로운 화두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자발성과 기업 및 정부의 진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 소비 운동이 지역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마치즈쿠리'는 지방 정부와 기업의 진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 사례다. 1999년 일본 도쿄 미타카시에는 지역 상점 모임과 지방 정부 및 지역 상공회의소'은행'농협 등이 주체가 된 '주식회사 마치즈쿠리 미타카'가 들어섰다. 마치즈쿠리 미타카는 지역 공터(주차장 철거지)에 '미타카 산업 플라자'를 건립하고, 지역밀착형 인터넷 쇼핑몰을 집중 지원하는 한편 지역 환경'복지'교육 제도를 토론하는 '마치즈쿠리 워크숍'을 통해 수익과 공익 사업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미타카의 연간 수익은 8억엔(약 113억원) 수준. 행정기관이나 기업은 새로운 업무 위탁을 계속 제안하고, 시민이나 시민단체 참여가 잇따르면서 지역 순환 경제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마치즈쿠리 주식회사는 2010년 기준 모두 400개가 창립돼 활동 중이며, 우리 정부는 이를 벤치마킹해 2013년까지 모두 100곳의 전통시장을 마치즈쿠리형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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