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오후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 미끄럼틀에 오르는 계단에는 손잡이가 한 방향으로는 아예 없었고 5개의 시소 바닥에도 타이어나 모래 같은 충격 완화 장치가 없었다.
주민 정모(45'여) 씨는 "미끄럼틀에 손잡이가 없어 자칫 아이들이 사고를 당할까 봐 아이들에게 '항상 조심하라'고 이야기한다"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손잡이를 수리해 달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어린이놀이터에서 안전사고가 날 위험성이 크다. 매일신문 취재진이 대구지역 아파트와 공원, 주택 단지 등에 설치된 어린이 전용 놀이터 15곳을 점검한 결과 이 가운데 6곳이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달서구 진천동의 한 아파트에는 놀이터 벽면에 철조망을 쳐놨다. 어린이들이 미끄럼틀 등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놀이터 벽면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우려가 높다. 자전거 형태의 놀이기구는 페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당한 어린이도 많았다.
주민 정모(60'여) 씨는 "여섯 살 난 손자가 이 놀이기구를 타다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얼굴을 부딪쳐 크게 다쳤다"면서 "관리사무소에 고장 난 놀이시설을 철거해 달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시설물에 어린이의 살을 베거나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부분과 모서리가 없어야 하며, 추락 가능성이 있는 시설물 아래와 주변 공간에는 타이어와 같은 충격 흡수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구의 경우 8개 구'군의 공원과 아파트, 주택단지 등에 설치된 놀이시설은 모두 2천236개이지만 최근 조사에서 전체의 43.2%(967개)만이 시설물 안전성 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소규모 영세아파트나 보육시설 등은 개보수 비용 때문에 안전시설 개선에 소극적이다.
동구 신암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놀이터 설치 검사를 했더니 부적합 판정이 나와 수리 비용이 5천만원 나왔다"면서 "주민들만의 힘으로 해결이 안 되면 아예 놀이터를 폐쇄해야 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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