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전이 6월 2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미술이 아니라 단추, 의자, 마우스, 호미 등 일상생활용품을 다양하게 변형해 메시지를 담은 최정현 작가의 작품전이다.
'반쪽이'로 더 잘 알려진 최정현 작가는 이력이 독특하다. 제1회 평등부부상을 받을 정도로 남녀평등을 앞장서 실천해왔다. 지금도 부인은 밥을, 자신은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1년 지하유인물을 만들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해 2005년까지 시사만화를 그렸다. 각종 신문 등의 매체에 25년간 만화를 연재했다. 그는 '반쪽이의 육아일기'를 펴내며 딸의 출생부터 중학생이 될 때까지 육아일기를 6권의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만화를 절필하고 '조각'으로 선회했다. 그의 성 평등 만화와 작품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최정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입체풍자만화'라고 칭한다. 한 권의 풍자만화와도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만들어진 수류탄 제목은 '네티즌3'. 실제 수류탄이 죽이는 사람보다 네티즌이라는 수류탄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뜨거운 나라에서 온 펭귄'은 얼음이 녹아 살 곳이 없어진 펭귄들이 화가 나 붉은 얼굴을 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중단해달라는 의미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를 팔로 사용했고, 부리는 화가 난 펭귄의 심정을 담아 포클레인 발톱으로 만들었다. '미국을 먹여 살리는 장수거북'은 한국군의 철모가 거북이 등으로, 미군용 도시락이 배로 사용됐다. 위장과 보호는 한국의 역할이고, 정작 배를 불리는 것은 미국이라는 작가의 인식이 포함된 작품이다. 평범한 일상의 물건들이 풍자적인 예술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여기엔 풍자와 해학이 깃들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리는 것보다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 언젠가는 만화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에요. 그림은 한 쪽면 밖에 없어 답답하지만 입체는 시원하잖아요. 모든 표현이 다 되지요. 세상을 창문으로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그는 만들지 못하는 게 없다고 했다. 옷걸이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것만 해도 사람 얼굴, 우산걸이, 국자, 효자손, 핸드폰걸이 등 끝이 없다.
그의 작품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사용한 것 같아도, 의미 없이 사용된 건 하나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소리'를 내는 라디오는 세제통으로 만들어졌다. 번뜩이는 해학이 숨어 있다.
그의 삶과 주장을 반영하는 작품도 눈에 띈다. 20년간 만화를 그려온 펜촉으로 만든 고슴도치. 그 머리는 종으로 만들었다. '만화 그리는 것을 종쳤다'는 의미란다. '너무 무게를 잡는 바람에 날지 못하는 가부장새'. 가부장제도에 사로잡혀 스스로 도태되고 있는 남성들을 은유하는 작품이다.
기존의 조각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조형성과 메시지다. 작가는 '미술만으로는 안 된다'고 한다. 그의 오랫동안 시사만화를 그려온 내공이 조각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예술은 인간이 감상하는 거니까, 인간에 대한 연구는 예술가의 기본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보러 오는 거라면 인간에 관계된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미술이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학 가기 전까지 대구에서 생활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16차례 전시했지만 고향에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도슨트와 함께하는 전시장 투어는 오전 11시, 오후 1, 3시에 열리며 '폐품으로 곤충만들기' 체험은 참가비 3천원을 내면 된다. 입장료 4천원, 단체 3천원. 053)606-6136~9.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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