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40, 50대의 아버지 세대를 흔히 '산업화 세대'라고 일컫는다. 대체로 70, 80대인 한국의 '산업화 세대'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피로한 몸뚱이를 눕히지 않는, 그야말로 악착같은 삶을 살았다. 몇 푼의 돈을 벌 수 있다면 죽을 길을 달려가기도 했고, 비굴한 표정으로 굽실거렸으며 야비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버지들과 어머니들이 자존심이나 배알이 없어서 굽실거렸던 것은 아니다. 애초에 양심이란 게 없어서 야비했던 것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들에게는 자존심, 배알, 정의보다 자식의 입에 들어갈 한 끼의 밥과 가족의 겨울밤을 데워 줄 한 장의 연탄이 더 절박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아오느라 이들의 모습에서 품위나 세련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산업화 세대'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던 것은 전쟁의 상흔과 지구상에서 가장 지독한 가난, 식민 지배의 상처가 전부였다. 폐허 속에서 일어서느라 그들은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쓰지 않았다. 그들은 보리밥과 기장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맨몸으로 성장의 쟁기를 끌었고,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자식들을 외면하며 종자 보자기를 베개 삼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들의 삶에 건강, 레저, 청춘, 쇼핑, 여행은 없었다. 그 탓에 우리나라 노인들의 낯에는 나이 든 사람의 여유로움과 후덕함이 아니라 편협함과 인색함이 주름처럼 고여 있다.
아버지 세대는 그렇게 아낀 모든 것을 내일(자식)을 위해 투자했다. 당신들은 폐허 속에서 살았지만 자식들만큼은 그 폐허 속에서 건져내고 싶어 했다.
오늘 우리가 따뜻한 밥을 배불리 먹고, 평화로운 잠자리를 얻고, 세련된 언변을 갖추고 있다면 그것은 아버지, 어머니들의 피로하고 남루하고 욕된 삶 덕분일 것이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그토록 '못살겠다'고 칭얼대지만 오천 년 한국의 역사에 이토록 배부르고 따뜻하고 평화로웠던 시대는 없었다.
철든 자식이라면 생일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받아먹어서는 안 된다. 생일날 미역국을 먹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다. 그날 가장 고생한 사람은 내 어머니이고, 가장 노심초사한 사람은 내 아버지니까 말이다. 한국은 1년 365일이 '어린이날', 당신들의 날은 '어버이날' 오늘 하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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