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청정마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산, 지리산이 산청을 품고 있어 맑은 물과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자수려(山紫水麗)한 이미지만으로 산청을 평가하면 산청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산청은 조선 최고의 명의 허준과 그의 스승 류의태가 의술을 펼친 한의학의 고장이다.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목화를 가장 먼저 심었던 곳도 산청이며 조선 성리학의 거두 남명 조식은 산청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학문을 닦았다. 또 영월 동강'인제 내린천과 더불어 3대 래프팅 명소로 꼽히는 경호강도 산청을 휘감고 지나간다. 이처럼 푸른 자연뿐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곳이 산청이다.
◆산청한의학박물관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를 따라 꾸불꾸불 이어진 산길을 차로 10여 분 오르면 한방 냄새 물씬 풍기는 동의보감촌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리산 줄기인 왕산과 필봉산 기슭에 자리 잡은 한방휴양관광지로 산 좋고 물 맑은 천혜의 입지 조건을 자랑하는 동의보감촌에는 전국 최초의 한의학 전문박물관이 있다.
2007년 개관한 산청한의학박물관은 교육적 가치가 높아 산청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 보라며 권하고 싶은 곳이다. 산청한의학박물관은 크게 전통의학실과 약초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의학실에서는 '동의보감'을 비롯해 '침구경험방' '의림촬용' 등 조선시대 의학서들을 만날 수 있다. 또 한의학의 기원과 발전상, 류의태 등 산청이 낳은 명의들의 면모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약초전시실에는 웅담·해마·사향 등 각종 약재들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 등 체질을 검사할 수 있는 기기도 갖추어져 있어 자신의 체질도 감별해 볼 수 있다.
최근 산청군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한방산업이다. 산청군은 한방약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내년 9월 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개최한다. 동의보감촌은 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주 행사장으로 사용될 예정. 이에 따라 현재 동의보감촌에서는 엑스포 준비를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한 것이 흠이다.
앞으로 동의보감촌에는 산약초타운·한방기체험장·약용식물원·한의학산업관·한의학생활관 등 한의학 관련 시설과 콘도미니엄·유스호스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가 끝나면 동의보감촌은 종합한방테마파크로 거듭나 그 위용을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청한의학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당 2천원이다.
◆남사예담촌
40여 채의 크고 작은 기와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전통마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담장 너머 전통 한옥의 멋스러움을 볼 수 있는 '옛 담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남사예담촌은 이름 그대로 고풍스러운 고택들과 아름다운 담장을 자랑한다. 남사예담촌에는 최씨 고가(경남문화재자료 제117호), 이씨 고가(경남문화재자료 제118호) 등 여러 문중의 고택들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태조 이성계의 셋째 사위인 이제의 개국공신교서(보물 제1294호) 등의 문화재도 잘 보존돼 있다.
2006년 문화재로 지정된 남사예담촌의 명물, 흙돌담은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돌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황토와 돌을 섞어 올린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다 같은 흙돌담처럼 여겨지지만 골목길을 돌아갈 때마다 다가오는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담쟁이와 이끼를 두른 고색창연한 흙돌담이 있는가 하면 말끔하게 단장을 한 흙돌담도 있다. 높이도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것이 있는 반면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키 작은 흙돌담도 있다.
남사예담촌의 또 다른 볼거리는 마을의 내력을 간직한 고목들이다. 수령 700년 된 매화나무를 비롯해 600년 된 감나무, 520년 된 향나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뚝뚝 묻어난다. 특히 이씨 고가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서 있는 수령 300년 된 회화나무는 생김새가 특이하여 단연 시선을 끈다.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X자 형태로 서 있어 마치 수문장이 창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다.
'부부나무'로도 불리는 두 회화나무는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부부가 회화나무 밑을 함께 지나가면 금실 좋게 백년해로를 한다는 말이 나돌면서 이곳을 찾은 부부들은 웬만해서는 나무 밑을 지나가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 오고 있다. 회화나무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진을 찍는 바람에 아예 '사진찍기 좋은 곳'을 바닥에 표시해 두었다. 발바닥 모양을 한 표시 위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가장 좋은 앵글로 흙돌담과 회화나무, 그 너머 있는 이씨 고택을 담을 수 있다.
남사예담촌은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곳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물소리, 지리산을 넘나드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벗 삼아 고즈넉한 흙돌담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한없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남사예담촌에서는 고택체험도 가능하다. 관련 정보는 홈페이지(http://yedam.go2vil.org)를 참조하면 된다.
◆목면시배유지
한의학박물관에서 남사예담촌으로 가는 길에 있다. 목면시배유지는 문익점 선생이 고려 공민왕 12년(1363) 사신으로 원나라에 갔다 목화씨를 가져온 뒤 처음 재배한 곳으로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만큼 국가사적 제108호로 지정되어 있다. 당시 문익점 선생은 장인 장천익 선생과 함께 목화씨를 뿌렸으나 재배기법을 몰라 겨우 한 그루만 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1만5천295㎡ 부지에 면화시배를 기념하는 사적비와 공덕비, 면화전시관, 문익점 선생 효자비각 등이 자리 잡고 있다. 1'2전시관으로 구성된 면화전시관에서는 면화의 역사, 목화에서 씨를 빼내고 실로 옷감을 짜는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당 1천원이며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매주 월요일 휴관.
★Tip=대구서 한의학박물관 가려면?
대구에서 한의학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88고속도로 함양IC~수동·산청 방면~진주·거창 방면으로 접어든 뒤 동의보감촌 이정표를 따라가는 길과 88고속도로 함양 분기점~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 IC~동의보감촌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한의학박물관에서 남사예담촌으로 가려면 한의학박물관에서 우회전한 뒤 산청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산청IC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단성IC까지 간 다음 삼장·시천 방면으로 접어들면 목면시배유지와 남사예담촌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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