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2세 노모 34년간 지극 봉양, 국무총리 표창 박동권씨

청각장애·치매 어머니와 둘이서 도란도란 '효심'

34년간 어머니를 봉양해온 효자 박동권 씨가 거실에서 어머니 영정사진을 안은 채 웃고 있다.
34년간 어머니를 봉양해온 효자 박동권 씨가 거실에서 어머니 영정사진을 안은 채 웃고 있다.

"부모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간으로서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대구시 동구 신암4동 동대구역 철길 뒤편 주택가. 박동권(63) 씨가 현재 102세인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곳이다. 박 씨는 34년간 노모를 지극 정성으로 봉양해 온 효자다. 이를 입증하듯 그는 8일 어버이의 날을 맞아 청와대에 초청돼 국무총리표창을 받는다. 이에 앞서 최근 (재)보화원이 시상하는 보화상 효행상도 수상했다.

30여 년간 식품유통업을 해온 그는 지난 2004년 아내를 하늘로 떠나보낸 뒤 가난한 전셋집 단칸방에서 노모의 손발이 되어 단둘이 알콩달콩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청각장애와 치매를 앓고 거동도 어려워 하루종일 방에 누워 지낸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하고 어머니 팔'다리를 주물러준 뒤 아침 식사를 준비해 진지를 올린다. 이후 빨래와 집안청소를 하다 보면 하루가 후다닥 지나간다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어릴 적에 요조숙녀였다고 해요. 항상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인내심도 강했나봐요. 제가 1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는 45년간 홀로 7남매를 키우느라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주름살이 깊게 팬 어머니 얼굴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나요."

권 씨도 아내가 세상을 뜬 2004년 방광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왔다. 수술 후 꾸준히 식이요법과 진료에 노력한 결과 2008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아내가 떠나고 자신도 암에 걸렸을 땐 우울증에 시달리며 세상을 등지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홀로 계실 어머니를 두고 차마 불효의 길을 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세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팔순을 넘긴 후 여름이 오면 기력이 약해지고 어지럼증 때문에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온갖 약초를 넣어 영양죽을 끓여 어머니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어요. 작년에는 만일에 대비해 어머니 영정사진까지 마련했습니다."

그는 휠체어에 어머니를 태우고 수시로 바깥나들이도 한다. 휠체어를 싣기 위해 자가용도 큼직한 중고차로 바뀌었다. 그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어머니와 단둘이서 청도 팔조령 고갯마루에 올라 푸른 실록을 마음껏 보고싶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 목에 불쑥 나온 혹이 걱정이다. 너무 연로해 수술을 못하지만 어머니가 고통 없이 오래오래 사시기만을 기원하고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어떤 신호라도 줬으면 좋겠어요. 말 한마디라도 나누고 보내드리고 싶어서지요. 저와 함께한 오랜 세월동안 그냥 보내시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요."

그의 방 벽에는 자신의 사진과 어머니 영정사진을 나란히 걸어두었다. 그리고 사진 밑에는 평소에 늘 어머니가 당부하는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란 글귀를 써두었다. 삶이 힘들 때마다 이 글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그는 누워 잘 때도 항상 어머니와 자신의 얼굴 사진을 보며 오래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

박씨는 동네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는 쓰레기로 나뒹구는 철길 언덕 100여m를 깨끗하게 정비해 살구나무와 감나무를 심어 봄'가을에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린다. 올해는 철쭉나무 300주를 심어 예쁜 꽃길도 조성했다.

전라북도 전주가 고향인 그는 7남매 중 막둥이로 태어났다.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독학으로 공부했다. 고향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중'고교 과정을 통신학교에 다녔고 대구민속문화예술대학을 수료했다.

그는 식품유통업을 하면서 1천500만원어치의 식품을 푸드뱅크와 양로원'복지원 등에 기증했으며 이웃돕기 성금도 1천만원 이상 전달하기도 했다. 동구 신암4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위원, 대구 동부경찰서 환경정화지도위원을 역임한 그는 현재 대구시 동구 재향군인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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