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컬러풀

새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현실은 아름답고 고귀할뿐

# 죽음의 문턱에 선 주인공 눈 뜨는 순간 소년으로 환생

# 자살'원조교제 내용 탓 15세 관람가 판정 아쉬움

이번 주에는 눈에 띄는 대형 개봉작들이 드문 가운데 삶에 위안을 주는 보석 같은 애니메이션 한 편이 극장을 찾는다.

영화 '컬러풀'은 손튼 와일더의 연극 '우리 읍내'를 연상시킨다. 이야기 전개는 물론 다르지만 '식스센스'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이를 차용했던 것과 유사한 형식으로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다.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칸이라 불리는 제35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과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에서도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이야기 자체에 대한 관객의 충분한 호응을 예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후 세계의 문턱에 선 주인공에게 다시 한 번 세상에 돌아가서 인생을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 단, 기간은 6개월이고 전생에서 자신이 지은 죄를 기억해야만 환생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렇게 해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눈을 뜨는 순간 그는 중학생 소년이 되어 있다. 그 소년의 일상은 만만치 않다. 가족으로는 무기력해 보이는 아버지와 바람난 엄마, 자신을 경멸하는 형이 있고 학교에서 성적은 꼴찌이고 반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비관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소년의 몸으로 세상에 돌아온 주인공은 이런 상황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면서 삶의 퍼즐을 하나씩 맞추어간다. 하지만 삶을 살게 된 유예기간은 점점 끝나가고 있다.

특정한 작품에 '진정성'을 논하는 표현은 이제 너무 식상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진실한 대면을 원하는 영화이기에 이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자인 '모리 에토'는 인간 내면의 치밀한 심리 세계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표현하면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문학가이기 때문이다.

원작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한 한 영혼과 중학생 '고바야시 마코토'를 통해 살아가는 순간들의 소중함과 삶의 가치를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화된 작품의 연출은 '갓파쿠와 여름방학을'과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시리즈 등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하라 케이이치' 감독이 맡았다. 그는 실사와 그림이 혼재되어 있는 듯한 정밀한 애니메이션 구성을 통해 원작이 가진 따뜻한 시선과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마법처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의 제목처럼 사후세계는 어둡고 평면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 데 비해 소년의 삶이 이어지는 가정, 학교, 주변 경치 등은 아름답고 섬세하게 표현해 우리가 사는 인생이 얼마나 '컬러풀'한지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자살'이라는 문제와 주변 인물의 '원조교제' 등에 대한 설정 때문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은 다소 아쉽다. 주인공의 연령대와 같은 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영화의 카피처럼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당당히 마주 서고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영시간 126분.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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