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구 노인돌보미 최대 28명, 1주일 한번 찾아 뵙기도 벅차

시간 쫓겨 말끊고 나오기도

사진=최근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노인복지관에서 노인 돌보미들이 현장 파견을 앞두고 교육을 받고 있다. 우태욱기자
사진=최근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노인복지관에서 노인 돌보미들이 현장 파견을 앞두고 교육을 받고 있다. 우태욱기자

이모(69'여'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는 병마는 물론 외로움과도 싸우고 있다.

이 씨에겐 아들이 있지만 1년에 한 번씩 안부전화만 할뿐 그를 찾지 않는다. 최근에는 폐 종양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돼 바깥에 나가지도 못한다.

이 씨는 "요즘엔 밥 챙겨 먹는 것도 힘들고 모든 게 다 힘에 부친다. 나를 찾는 이도, 내가 찾아갈 곳도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부가 '노인돌보미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돌보미 인력 공급이 증가하고 있는 홀몸노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많은 노인들이 고통받고 있다.

돌보미 한 명이 평균 30명가량의 노인을 돌봐야하는 상황이지만 보건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돌보미 수를 제한하고 있어 정책 수정이 시급하다.

대구 서구의 경우 돌보미 한 명이 담당하는 노인은 최대 28명. 이들은 매일 한 차례 이상 노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해당 어르신을 방문해 말벗되주기와 고독사((孤獨死)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8년 4만8천852명이던 만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2011년 5만9천413명으로 늘어 3년 사이 17.7%가량 증가했다. 2011년 기준으로 대구의 돌봄서비스 대상 노인은 6천74명이지만 돌보미는 199명에 불과하다. 돌보미 한 명당 평균 30.5명의 노인을 보살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사업 지침에 '돌보미 한 명이 평균 25명 이상의 노인을 돌봐야 한다'고 명시돼 돌보미 숫자를 늘릴 수 없는 형편이다.

돌보미들은 보살펴야 하는 노인 수가 많다 보니 매일같이 시간에 쫓긴다. 대구 서구 평리3동을 담당하는 이칠숙(48'여) 씨는 "오전 9시부터 어르신들에게 안부 전화를 한 뒤 활동 시간인 오후 3시까지 하루에 최대 일곱 집 정도 방문한다. 말동무가 필요한 어르신들이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시간에 쫓겨 중간에 끊고 나와야 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돌보미 활동 6년차인 이애리(53'여) 씨도 "몸이 아파 경로당도 못가고 집에만 계시는 어르신들에게는 돌보미들은 유일한 가족이자 말벗이다. 하지만 돌봐야 할 어르신이 많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몇 분에게만 시간을 쏟을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지역 한 돌보미사업 관리자는 "제한된 예산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선 친척의 왕래가 전혀 없고, 이웃과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우선대상자' 위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가족의 왕래는 없지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한 '일반대상자'는 복지단체나 봉사단체와 연결하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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